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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살해한 화성 실종 초등생, 30년간 '가출인' 분류

이춘재가 살해한 화성 실종 초등생, 30년간 '가출인' 분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이 당시 '가출인'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종 당일까지도 학교를 잘 다니던 만 8세 여자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데다 유류품까지 발견됐음에도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한 안일한 대처는 과거 경찰의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24일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 모(8)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김 양이 스스로 집을 나갔다고 보고, '가출인'으로 분류해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김 양의 부모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요청을 했음에도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돼 지난 30년간 '콜드 케이스(장기 미제 사건)'로 경찰서 캐비닛에 처박혀 있던 배경이 됐습니다.

화성 사건 수사본부는 과거 수사 기록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으나, 당시 경찰이 학교에 잘 다니던 나이 어린 학생을 '가출인'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 양의 실종과 화성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한 기록은 일부 남아있어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감쪽같이 사라진 김 양의 흔적은 실종 5개월여 만인 같은 해 12월 참새를 잡으러 나가던 마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주민들은 김 양이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 등 유류품 10여 점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 중 유류품 7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연구원)에 감정을 맡기면서도, 유류품 발견 사실에 대해 김 양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정한 유류품에서는 인혈 반응이 있었으나, 혈액형 판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화성 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는 "당시 경찰이 김 양의 가족들에게 유류품 발견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시 수사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서 이런 불일치에 대해 계속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화성 사건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김 양을 살해한 후 시신과 유류품을 범행 현장 인근에 버리고 달아났다는 진술을 받아 수사 중입니다.

그러나 이춘재가 지목한 장소는 실제로 유류품이 발견된 장소와는 거리가 100여m가량 차이가 있고, 두 장소 모두 이미 아파트나 도로 등이 들어선 상태여서 김 양의 시신 수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김 양의 가족들은 30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달라는 뜻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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