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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사라지는 특혜들은?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최근 농민들이 시위까지 벌였는데 오늘(24일) 이 문제 취재해오셨죠?

<기자>

네. 우리가 개방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게 사실 우리가 원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선진국 선언하면 기분은 당장 좋겠지만, 실리에서는 꼭 좋은 건 아니거든요.

일단 우리에게 개도국 지위를 이번에 완전히 포기해라, 라고 일종의 데드라인이 제시된 게 어제 23일까지였고 이 최후통첩을 보낸 사람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원칙적으로 세계는 자유무역을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있죠. 그리고 그 자유무역이 원활하게 되도록 모든 나라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서 다 같이 마련한 국제기구가 WTO, 세계 무역기구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한일 무역갈등 같은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 일본이나 일단 WTO로 달려가는 겁니다. WTO에서 누구 손이 올라가느냐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자유무역이라고 해서 가난한 나라와 미국이 똑같은 조건에서 교역하는 게 진짜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일까요?

미국이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잖아요.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에 WTO에서 좀 덜 잘 사는 나라는 혜택이 있어도 봐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가난한 A 나라가 당분간 밖에서 사 오는 바나나에 세금을 많이 물려서 A 나라 안에 바나나 농장들을 키울 기회를 줘도 된다, 이런 거죠.

우리는 세계 12대 무역 대국으로 성장해 오면서 다른 면들에 있어서는 이런 혜택을 다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 분야에 남았습니다. 농업, 농업 교역에서의 혜택을 포기하지 않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해 온 겁니다.

<앵커>

농업 분야에서의 개방도상국의 지위마저 포기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를 해온 거죠?

<기자>

네. 지난 7월 26일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을 콕 짚어서 "이 나라들이 부당하게 WTO에서 개도국 행세를 하니까 90일 안에 WTO가 해결해라. 안 하면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 나라들에 대해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90일이 어제로 지난 거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개도국이 아닌 나라 기준은 4가지입니다.

일단 OECD 가입국이면서 세계의 주요한 20개 나라라고 하는 G20 회원국, 그리고 세계은행이 고소득 국가로 분류하는 나라면서 전 세계 무역에서 비중을 0.5% 이상 차지하는 나라, 우리는 이 네 가지에 모두 해당합니다.

사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개발도상국입니다, 하기는 좀 멋쩍긴 해요. 하지만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혜택은 안 받을 테니까, 그것만 봐달라는 입장을 WTO에서 유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농민들이 경쟁해야 하는 수입 농산물들에 수백%씩 관세도 물릴 수 있었고 농업에 보조금도 많이 지원해 올 수 있었던 겁니다.

<앵커>

하지만 쌀농사 같은 경우에 지원금 문제도 있고 굉장히 문제가 복잡할 텐데, 현 정부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 이런 쪽의 입장이죠?

<기자>

네. 그렇게 결정할 것으로 보이고 이르면 이 결정이 내일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이익을 봤을 때, 이번에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우리에게 다른 데서 불리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기는 하거든요.

우리 통상교섭본부장이 어제 미국에서 통상 관리들과 면담을 하면서 한국 농업 여건이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호소도 해봤지만 미국은 동감을 안 하는 분위기였다고 하고요.

개도국의 지위를 포기한다, 그러면 우리가 당장 농업 보조금이나 관세를 포기하는 건 아닙니다. 농업 관련된 다음 WTO 협상이 있을 때까지는 다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면, 다음 협상에서는 그러기 어려울 겁니다. 당장 잡힌 WTO 농업 협상도 없기는 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농업 지대, 미국 농부들 표밭으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중국이 자꾸 미국에 협상카드로 "콩은 살게, 많이 살게" 하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몇몇 나라들의 개도국 지위를 이렇게 콕 짚어서 포기해라 할지도 사실 예측 못 한 일이었는데 이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을지 지금으로선 확실치 않죠.

양자협정 같은 거 해서 무슨 요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앵커도 얘기한 것처럼 우리 농민들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 전체로 봤을 때 미국 요구를 지금 거절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농업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건 피하기 어렵지만 우리 농업도 살리면서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 방법을 찾고 또 실행해야 할 국면이 우리에게 말하자면 강제로 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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