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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출장 간다더니 상습 피부 시술…'할인 특혜'까지

본인 주소에 강남구청 적어

<앵커>

피부과에서 한 중년 남성이 미용 시술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이 사람은 서울 강남 구청의 간부급 공무원이었습니다. 이 사람 포함해서 강남구청의 공무원 두 명이 근무 시간에 관내 피부과에서 여러 차례 미용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세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었는데 심지어 업무 관련 출장을 끊고서는 그 시간에 피부과에 가기도 했습니다.

먼저 강청완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지난 4월 서울 청담동의 한 피부과.

정장 차림의 남성 두 명이 들어와 서류를 작성하더니 옷을 갈아입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치료실로 들어갑니다.

레이저 등을 이용한 피부 관리 시술이 30분 넘게 이어집니다.

[병원 관계자 : 피부를 환하게 하고 잡티를 없애고 하는 여러 가지 레이저(치료)를 하는 복합치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화면 속 남성들을 알아봤습니다.

[병원 관계자 : 강남구청 주소로 본인 주소를 적었더라고요. 강남구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당당하게 강남구청 직원인 걸 그렇게 적어놨더라고요.]

확인 결과 서울 강남구청 세무관리과의 과장과 팀장이었습니다.

이날 이후로도 이들의 피부과 방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SBS가 입수한 CCTV를 보면 이들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각각 9차례와 10차례 시술을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꼴입니다.

문제는 병원 방문 시간, 모두 평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로 한창 근무할 시간입니다.

[병원 직원 : 두 분 다 근무 시간 중에 오신 걸로 알고 있고요. 점심시간 아니라 근무시간에…]

SBS가 강남구청의 출장기록을 확인했더니 미용 시술을 받은 시점과 관내 출장 기록이 여러 번 일치했습니다.

출장 명목은 과세 자료 조사, 체납징수 독려, 환급금 직접 찾아주기로 적혀 있습니다.

미용 시술을 받으면서 출장 처리하고 수당까지 챙긴 겁니다.

시술 비용도 특별했습니다.

10번에 220만 원 하는 시술을 받고 낸 돈은 55만 원, 반의반 값입니다.

[병원 관계자 : 상담 실장이, 너무 말도 안 되는 할인율이니까. 대체 누군데 이렇게 해준 거냐고 물어보니까… (공무원이라고) 유명한 연예인들 같은 경우도 거의 없어요. 이런 경우는.]

서울 강남구청입니다. 피부과 시술을 받은 공무원들을 직접 만나서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세무관리과의 팀장부터 만났습니다.

[김 모 팀장/강남구청 세무관리과 : 검버섯이 막 난 거예요. 보기가 흉해서, 내가 돈을 내고 했어요. (퇴근 시간대에 받으신 거예요?) 그렇죠, 끝나고. 6시에 끝나고. 한 8월 즈음인가?]

병원 방문 기록을 제시하자 말을 바꿉니다.

[김 모 팀장/강남구청 세무관리과 : (4월부터 7월까지 10차례 방문하신 기록이 있고요.) 근데… 가서 상담은 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갔다가 다시 오고. (그렇게) 간 것까지 아마 포함돼있을 거예요. (저희가 확인을 해보니까…다 치료받으셨어요. (병원에) 오셨을 때마다.) …….]

근무 시간 중 출장을 끊고 병원을 찾은 사실도 뒤늦게 인정했습니다.

[김 모 팀장/강남구청 세무관리과 : 제가 외출 단 것도 있고 출장 단 것도 있는데 그거는 제가… 죄송합니다.]

세무관리과장도 근무시간에 치료받은 건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대가성은 없었고 할인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 모 과장/강남구청 세무관리과 : 그쪽에서 얼마를 받는지는 저는 모르잖아요.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고요. 점 뺀다고 생각하고 갔고…]

[김 모 팀장/강남구청 세무관리과 : 아, 점 빼려다가 그냥…점을 붙였네.]

피부과 원장은 이들 공무원의 시술 비용이 통상적인 지인 할인 정도로 특별한 할인 혜택은 없었다는 내용의 이메일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강남구청은 두 공무원이 얼마나 자주 허위 출장을 끊었는지, 관내 피부과에서 받은 할인 혜택이 윤리 규정이나 법률 위반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기덕,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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