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독립 위해 대신 피 흘렸건만…또다시 반복된 '배신의 역사'

이소현 에디터, 한상우 기자 cacao@sbs.co.kr

작성 2019.10.22 18: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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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기자들이 뉴스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직접 풀어 드리는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이번 순서는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입니다.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 '쿠르드족의 비극'을 이대욱 기자가 카이로에서 전해드립니다. 

인구 4천만의 세계 최대 '유랑' 민족인 쿠르드족. 이들은 터키와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과거 여러 차례 독립 국가를 세우려 했지만, 강대국의 배신으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터키)에 속해 있던 쿠르드족은 독립국 건설을 약속한 영국의 말을 믿고 연합군 일원으로 싸웠습니다. 오스만제국이 무너지자 1920년 ‘세브르 조약’을 통해 독립을 보장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쿠르드 밀집 지역인 모술과 키르쿠크에 석유가 쏟아지자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영국은 대규모 유전을 확보하기 위해 쿠르드족 자치안을 헌신짝처럼 폐기한 겁니다. 

이후 독립을 염원한 쿠르드족의 고군분투는 오늘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중동 지역에서 미군과 함께 IS와 싸웠습니다. IS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미국이 쿠르드족의 독립을 지원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쿠르드족의 보호막이었던 미군이 철수하자 터키는 즉각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시리아 침공을 강행했습니다.

냉정한 국제정치의 이해관계 속에 쿠르드 독립은 또다시 물거품이 됐습니다. 결국 사면초가의 쿠르드족은 생존을 위해 적대 관계였던 시리아와 러시아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대국 대신 피를 흘렸지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쿠르드족, 그들의 비운과 울분의 역사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 이대욱 기자 / 카이로 특파원 
쿠르드족, 독립 위해 대신 피흘렸건만… 또 다시 반복된 '배신의 역사'쿠르드족은 IS와의 격퇴 전쟁에서 젊은 여성들까지 최전선에 투입돼 싸웠습니다. 이처럼 용맹한 쿠르드족은 IS 치하의 시리아, 이라크인에게도 영웅이었습니다. 이런 쿠르드족을 미국이 배신했으니 국제 사회의 여론이 좋을 리가 없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시리아 철수 결정이 철저히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돈이 많이 들고 미군의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이제 때려치우고 철저히 국익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콘크리트 지지층을 더 굳건히 다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국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한 시리아 쿠르드족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고 결국 적대 관계인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손을 잡았습니다. 여기엔 시리아 내전에서 시리아 정부를 강력하게 지원해온 러시아가 중재 역할을 했습니다.

국제 사회의 중재로 터키가 공격을 완전히 멈춘다면 이 비극은 끝이 날까요. 아마 너희를 도와줬으니 대가를 치르라는 시리아 정부의 압박 공격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취재: 이대욱 / 기획 : 한상우 / 구성 : 조도혜, 이소현 / 촬영·편집 : 이홍명, 이은경, 문지환 / 그래픽 : 오언우,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