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같은 신입 원하니까요"…'자소설' 쓰는 취준생들

<앵커>

취업 준비생들에게 가장 힘든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기소개서 쓰는 겁니다. 지원하는 회사마다 써야 하는 것도 일이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까 준비생들은 이것을 자기소개 소설, 줄여서 '자소설'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박흥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 졸업반 김민정 씨, 요즘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자소서 쓰는 기계가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김민정 (26세)/취업준비생 : 1인 공장이에요. 그러니까 '자소서'를 양산하는 공장.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아요.]

1년 차 직장인인 이민우 씨, 이직을 준비 중인 이 씨는 퇴근 후 매일 자소서를 씁니다.

[이민우 (29세)/이직준비생 : 하나, 둘, 셋, 넷, 다섯… 9월에 32개네요. 매일 써요. 새벽 3시까지.]

지금까지 써낸 자기소개서만도 100여 개, 민우 씨는 '자소서'를 이른바 '자소설'이라 부릅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없는 얘기까지 지어내 자기 포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민우 (29세)/이직준비생 : 무조건 '픽션'이 들어가니까요. 아예 거짓말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팩트는 이만하고, 이제 살만 이만한 거예요. 그런데 그게 취준생 잘못이냐, 이거죠. 제 말은 신입을 뽑는데,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해요. 말이 안 돼요.]

한 취업 사이트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10명에 8명은 자기소개서를 소설처럼 부풀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소서 대필 시장까지 성업 중입니다.

['자소서' 대필업체 : 어떤 내용이든 써드릴 수는 있어요. 다들 이제 최대한 좀 부풀리죠. 최대한… 다 뭐, 그런 식으로 써요.]

인턴 경험이나 해외 연수 등 이른바 '스펙'을 얼마나 쌓았느냐가 채용의 관건이 되는 현실, 결국 부모의 지위나 재력이 대학 입시는 물론이고 취업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재우/취업 컨설턴트 대표 : 학생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이른바 부모님의 어떤 조력이 많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지금 많이 생겨나는 거죠.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사실상 자소서는 무용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소설처럼 부풀려지기까지 하는 자기소개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