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가 난민 캠프를 방문하는 것을 구호 물품을 나눠주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 나는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게 아니다. 그곳의 현실을 직접 보고 그 상황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주된 역할이다.
고맙게도 캠프의 사람들은 내가 빈손으로 왔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나 반겨준다. 당장 물리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없지만, 나를 통해 바깥세상에서도 자신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마음으로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난민 캠프 방문에는 실무적인 문제도 많이 따른다. 일단, 난민 캠프 대부분은 분쟁 지역 근처에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지역일 경우가 많다. 해당 국가에서 입국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을 통해서만, 그것도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곳에만 갈 수 있었다.
경비 문제도 있다. 나의 경우, 항공비를 비롯해 나에게 들어가는 경비를 직접 부담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예산은 한 푼이라도 더 난민 지원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움직이는 것이 혹시라도 난민들, 난민 캠프, 유엔난민기구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늘 돌아볼 수밖에 없다.
지원 물품의 우선순위를 따지면 어린이 필수품, 여성 필수품, 교육 관련 품목 순이어서 옷가지 등은 현지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물품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부터 물품을 보낸다면 배송비가 적잖게 든다. 배송비로 쓰일 돈을 생각하면, 그 돈을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직접 사는 데 쓰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유엔난민기구는 기본적으로 난민에 대해 현금 지원을 우선으로 한다. 가능한 캠프 주변에서 물품을 구입해 쓰게 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경제도 돕고 지역 주민들이 난민 수용을 조금이나마 더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니 물질적으로 난민들을 돕고 싶다면 후원금을 내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세계 각지에서 들어온 후원금은 제네바 본부에서 각국 대표부가 모여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히 배분한다.
후원금과 관련해서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도 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데, 대한민국이 유엔난민기구 민간 후원금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내는 나라라는 사실이다(1위는 스페인). 상대적으로 기업 후원금은 부족한 편이고 정부 공여금도 한계가 있지만, 개인 후원 차원에서는 우리가 앞서는 나라다. 남모르게 성의껏 먼 땅의 이웃들을 돕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이렇게나 많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또 연대와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현지에서 만난 난민들은 모두 멀리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사했다. 우리가 갖는 작은 관심이 이들에게는 또 하루를 버티는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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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HCR/Jordi Mat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