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재판배당 개입' 前 고법원장 "행정처 요청, 지시로 받아들여"

'재판배당 개입' 前 고법원장 "행정처 요청, 지시로 받아들여"
▲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이 검찰 수사 당시 "법원행정처 요청을 지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 전 고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서 수사 당시 이런 진술을 받은 조서를 공개했습니다.

심 전 고법원장은 2015년 12월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이 서울고법으로 넘어오자, 이를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심 전 고법원장은 아직 해당 사건의 기록이 넘어오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럽게 아침 일찍 집무실을 방문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부터 이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심 전 고법원장은 이후 실무 담당자인 행정과장을 불러 행정처 요청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심 전 고법원장은 "사건 배당의 주관자는 각급 법원이므로, 행정처의 요청이 적절하다 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행정 총괄 기관이 요청하는데 일선 법원이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가능하면 그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습니다.

그는 행정처의 요청에 대해 "지시에 가까운 요청이었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은 행정처가 요청한 재판부에 배당됐습니다.

다만 심 전 고법원장은 당시 행정과장에게 재판부 간 불균형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예규에 따른 '특례 배당'을 제안했다고 검찰에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 특례 배당 방식은 적용되지 않았고, 무작위로 배당되는 일반 사건과는 달리 미리 사건번호가 부여되는 등 의문스러운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에 대해 심 전 고법원장은 검찰 수사 당시 "지시와 다르게 배당된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고, 사건 번호를 미리 뗀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배당을 주관하는 수석부장판사에게 특례 배당을 지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왜 그러지 않았을까 후회되기도 하지만, 행정과장에게 말하면 잘 알아서 하리라 생각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심 전 고법원장이 이규진 상임위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건 배당이 이뤄진 시점 등을 두고 다른 정황이 발견될 때마다 조금씩 진술이 바뀐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