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프랑스, '자국민 맞교환' 이란 공작에 속았나

이란 혁명수비대 정보조직이 프랑스 파리를 근거로 활동한 반정부 이란 언론인 루홀라 잠을 체포했다고 밝히면서 그 경위를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14일 루홀라 잠을 '국외에서' 체포해 이란으로 신병을 송환했다고 발표하고, "우리 정보조직의 영리한 작전이 성공을 거뒀다. 수준 높은 공작으로 외국 정보기관을 속여 체포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가 루홀라 잠의 신병을 확보한 장소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외로 특정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루홀라 잠이 이란인이지만 이란 밖에서 신병을 체포했다면 해당 국가에 대한 심각한 주권침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의 활동 근거지가 파리였다는 점에서 프랑스가 유력하게 체포 장소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루홀라 잠이 이란이 보낸 한 여성의 꾐에 넘어가 출국했다가 이라크 나자프에서 이란 요원팀에 의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이란 현지 언론은 프랑스에 있던 루홀라 잠을 이란에 오도록 유인해 체포했다고 전했다.

또 이란 현지 언론에서는 루홀라 잠의 체포 경위에 대해 혁명수비대와 프랑스 정보기관이 상대국이 원하는 인사를 비밀리에 맞교환하기로 했다고 추정하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이란은 미국, 호주 등 서방과 수감자나 억류자를 종종 맞교환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권을 비판하는 루홀라 잠을, 프랑스는 이란에 수감 중인 프랑스 국민의 석방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명수비대가 프랑스 정보기관의 묵인 또는 용인 아래 루홀라 잠의 신병을 확보한 뒤 대화 통로를 차단했다는 게 의혹의 줄거리다.

음모론에 가까운 추론으로 끝나는 듯했던 이 '가설'은 프랑스 정부가 이란에 공식적으로 자국민 석방을 요구하면서 되살아났다.

프랑스 외무부의 아녜스 폰 데어 뮐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6월 이란에 억류된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소속 인류학자 파리바 아델카, 아프리카 전문가인 롤랑 마샬을 당장 석방하라고 이란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이 이 문제를 푸는 데 투명성을 보이고 용인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즉시 끝내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그간 이들의 석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해외로 망명한 루홀라 잠을 전격 체포한 점을 연결 지어보면 '비밀 맞교환'에 실패한 프랑스 정부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꺼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마샬의 억류는 프랑스 정부가 처음 거론한 사실이다.

르 피가로는 루홀라 잠의 체포 과정에서 프랑스 정보기관이 이란의 체포를 묵인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프랑스가 이란이 억류한 자국 학자들의 석방을 이란과 교섭하기 위해 이란의 반체제 인사를 사실상 이란에 내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폰 데어 뮐 대변인은 16일 루홀라 잠이 프랑스에서 정치적 망명자 신분으로 머물렀다고 확인하고 이란 혁명수비대가 그를 체포한 사실을 규탄했지만 그의 체포 경위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루홀라 잠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란을 비판하는 뉴스를 유포했다.

이란 당국은 그가 이슬람혁명에 반하는 이적 행위를 하고 이란 내부에서 폭동이 일어나도록 선동했다는 혐의로 그를 꾸준히 추적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