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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단백질 구조 보면, 알츠하이머 위험 십수 년 전에 안다"

"혈중 단백질 구조 보면, 알츠하이머 위험 십수 년 전에 안다"
▲ 알츠하이머병 뇌에서 플라크(녹색)를 공격하는 소교세포(붉은색)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 등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도 당장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워 임상적 진단은 한참 뒤에야 내려집니다.

확진 시점에는 이미 뇌 신경세포 손상이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혈액에 섞여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 접힘(misfolding)'을 확인하면, 임상 진단이 나오기 십수 년 전에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백질은 3차원 구조로 올바르게 접혀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후속 연구와 임상 시험을 통해 실용화되면 현대 의학의 최고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는 '독일 암 연구 센터'가 보훔 루르대와 하이델베르크대 등과 협업해 진행했고, 논문은 저널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최근호에 실렸습니다.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첫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 접힘'이 시작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구조에 이상이 생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 뉴런에 해로운 아밀로이드 플라크(신경반)가 형성됩니다.

보훔 루르대의 클라우스 게르베르트 생물물리학 교수는 혈액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 접힘'이 생겼는지 판정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초점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 접힘을 분석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지표가 다른 불확실한 위험 요인과 비교해 어느 정도 정확한지를 밝히는 데 맞춰졌습니다.

연구팀은 고령자 만성질환 연구에 등록된 150명의 초기 혈액 샘플을, 무작위로 추출된 대조군(620명)의 혈액 샘플과 비교 분석했습니다.

실험군은 14년의 추적 관찰 기간에 치매 진단을 받은 피험자들로 구성했습니다.

대조군도 나이와 교육 수준 등을 실험군에 맞춰 조정했지만 피험자의 치매 진단 여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 접힘이 확인된 피험자가 14년 내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23배에 달했습니다.

뇌 혈액 공급 감소 등 다른 요인을 가진 치매 환자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특이점이 뒷받침되는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아포지질단백질 E의 유전자 변이, 당뇨·고혈압·우울증, 체중, 생활방식 등 다른 위험 요인도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아포지질단백질 E의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만 발병 위험이 2.4배로 커졌을 뿐 다른 요인은 상관이 없었습니다.

게르베르트 교수는 "언젠가 이런 테스트가 저렴한 방법으로 무증상 고위험군을 확인하는 방법이 될지 모른다"면서 "지금까지 임상시험에서 전혀 효과를 보이지 않은 약도 미리 가려낸 고위험군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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