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구하기 힘든 산유국 베네수엘라…구급차 출동도 못해

SBS 뉴스

작성 2019.10.12 02: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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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제난과 정치 혼란은 베네수엘라 곳곳을 마비시켰다.

세계 원유 매장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에 연료난이 이어지면서 긴급출동 서비스마저 마비될 지경이라고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베네수엘라의 한 지방 도시에서 교통사고로 군인 2명과 민간인이 다쳤는데 앰뷸런스가 출동하지 못했다.

환자들은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얻어타고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

다행히 이들은 부상 정도가 심하지는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의료 관계자들은 연료 부족 탓에 살릴 수 있던 목숨을 잃는 일이 시간 문제라고 우려한다.

남서부 타치라주의 구조당국에서 일하는 넬손 수아레스는 AP통신에 "연료가 없어 구급차 출동 준비를 할 수가 없다"며 출산이 임박한 산모나 투석 등이 필요한 응급 환자를 이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유국이다.

오일머니 덕에 한때 중남미 부국으로 꼽혔고 국민도 보조금이 붙은 값싼 석유를 마음껏 누렸다.

그러나 유가 하락 등과 맞물린 경제 위기 속에 '천부적 권리' 같았던 석유도 귀해졌다.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시설 노후화 등으로 석유 생산량은 20년 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PDVSA의 부패와 부실한 경영, 여기에 더해진 미국의 경제 제재가 상황을 악화했다.

미국의 제재로 PDVSA는 원유 정제에 필요한 화학제품을 구하기 힘들어졌다.

석유 밀매도 연료난을 가중했다.

베네수엘라에선 지금도 미국 돈 1센트(약 12원)면 차 5대에 기름을 꽉 채울 수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생수보다 싼 기름을 밀매하는 것이 마약 밀매보다 더 수익이 크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기름을 이웃 콜롬비아에 몰래 내다 파는 행위가 성행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여론조사업체 다타날리시스의 루이스 비센테 레온은 구급차의 연료난은 부패한 관리들의 기름 밀매 때문일 것이라며 "그들은 누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지에만 관심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