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촛불, '얼마나'가 아닌 '누가' 들었나를 살펴봤습니다

배여운 데이터담당 기자 woons@sbs.co.kr

작성 2019.10.11 16:14 수정 2019.10.11 21: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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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 vs 5만, 끝없는 핑퐁 게임

갈라선 촛불은 불필요한 '숫자' 논쟁을 낳았다. 100만 명이 왔다고 하면 다음엔 300만 명 모였다고 경쟁하듯 숫자를 부풀렸다. 지난 서초역 집회와 광화문 촛불 집회 모두 주최 측에서 발표한 참가인원은 물음표를 남겼다.

시작은 지난달 28일,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민들이 도로에 나와 촛불을 들었는데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측은 집회 참가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 날,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최대 5만 명이 안 된다며 전혀 다른 숫자를 제시했다.

반대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외친 광화문 집회 역시 주최 측에선 300만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그 숫자 역시 반발을 가져왔고 '숫자' 논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집회에 참석한 인원을 정확하게 집계한다는 건 쉽지 않다. 전수조사가 아니고서야 힘들기 때문에 사회현상을 측정할 땐, 주로 통계기법을 활용해 최대한 가깝게 값을 추정하는데 대통령 지지율 조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울시는 KT와 함께 KT 사용자 LTE 신호와 서울시 빅데이터를 결합하여 특정 시간대 해당 장소에 존재하는 '서울생활인구' 데이터를 작년에 개방했다. 가설이 아닌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쪽 집회에 참석한 연령대별 구성비를 살펴봤다.
'얼마나'가 아닌 '누가' 촛불을 들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 생활인구 데이터 뭔가요?

생활인구 데이터는 "서울시와 KT가 공공 빅데이터의 통신 데이터를 이용하여 추계한 서울의 특정지역,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를 뜻한다. 서울시가 KT 기지국 6,000개로부터 특정 지역·특정 시간대의 사용자 정보를 받는데 타 통신사 가입자 정보가 빠져있기 때문에 보정과정을 거치게 된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보려면 https://bit.ly/2GMROzC

KT 휴대폰 시장 점유율(32%), 가입자 중 LTE 가입자 비율(89%), 휴대폰을 켜 둔 비율(93%), 저연령층(0~9세)과 고 연령층(80세 이상)와 같은 휴대폰 정보와 서울시 인구통계, 대중교통 데이터 등을 결합 및 보정해서 전체 서울시 생활인구를 추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령 '9월 28일 오후 7시 서초3동에는 현재 몇 명이 있구나'라고 알 수 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생활인구 데이터는 집계구 단위로 제공되는데, 집계구란 통계청에서 통계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한 최소 통계 단위이다. 통계 작성 때문에 구역을 세분화시키다 보니 일반적인 행정구역(행정동) 보다 훨씬 세밀하게 나뉘어 있다. 현재 서울시는 19,153개의 집계구를 활용하고 있는데 집계구 설정은 분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해질 수 있다.
배여운 취재파일배여운 취재파일배여운 취재파일이번 분석에서는 집회 당일에 전면 통제된 도로 양쪽 집계구를 분석 대상으로 설정했다. 서초역과 광화문 집회 모두 오차범위를 감안해 여유 있게 잡았다. 해당 기준으로 보면 서초동 집회는 24개, 광화문 집회는 11개 집계구가 선정됐다. 서초동 집회가 2배 넘게 차이 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서초3동이 상업지구인 광화문에 비해 상주인구 밀집도가 높다 보니 집계구 개수는 더 많이 잡힐 수밖에 없다.

정확한 집회 규모를 추산을 위해서는 평시 상주인구는 집회 당일 생활인구에서 배제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집회 당일 집에서 거주한 서초3동 주민이나 상인 혹은 늘 해당 지역을 그냥 지나치는 행인은 집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제외시켜 줘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축제, 연휴, 집회 등과 같이 특별한 변수(행사)가 없었던 일자를 선정해서 계산해줬다. 그 기준에 적합한 9월 7일 토요일과 9월 29일 일요일 상주인구를 각 집회일 생활인구에서 제외했다.

● 서초동은 40-50대가, 광화문은 60세 이상이 이끌었다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시간대를 기준으로 연령대 구성비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서초동 집회는 40-50대가 이끌었다. 약 7만8천명(56.8%)으로 집회 인원의 절반이 넘었다. 다음으로 60대 이상이 2만7천명(19.6%), 30대 1만5천명(10.7%), 20대 7800명(5.7%), 10대 이하가 1만명으로(7.3%) 집계 됐다. 40-50대가 주축이긴 했지만 다른 연령대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은 참석했다고 볼 수 있다.
배여운 취재파일 행정동 vs 집계구 사진 이미지반면 광화문 집회는 서초동과 대조되는 결과가 나왔다. 60대 이상이 31만2921명(74.9%)로 노인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른 연령대 참가자 비율은 통계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배여운 취재파일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을 놓고 '어디에 더 많이 모였나'를 따지는 건 소모적인 논쟁을 더 소모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 생활 인구 데이터를 통해서는 집회의 규모보다는 성격을 보고자 했다. 상대적으로 서초동 집회가 20-30대 참여율이 더 높기 했지만, 연령별로 살펴본 집회 참석 인구분석은 중장년층이 월등히 많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다음 취재파일은 각 집회에 어떤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