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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동료 방치해 사망케 한 前 군의관 벌금형…"부주의 인정"

다친 동료 방치해 사망케 한 前 군의관 벌금형…"부주의 인정"
다친 동료 군의관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1·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이 의사임을 밝히며 출동한 구급대원들을 돌려보냈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일염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 모 씨에게 원심과 같은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 씨는 같은 군의관인 A 씨에 대한 보호 업무를 넘겨받았지만 부상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씨와 A 씨 등은 2016년 12월 노래주점을 함께 방문했습니다.

A 씨는 이후 계단에서 넘어져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노래주점 주인이 이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출동해 A 씨를 살펴보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이 씨는 "저희 의사예요. 괜찮아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며 A 씨에 대한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을 거부했습니다.

이 씨는 A 씨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시 부대로 데려가 재웠습니다.

A 씨는 다음날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됐고, 약 3주 후 뇌출혈로 의한 뇌탈출로 사망했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A 씨가 낙상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의사로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 기능을 인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이 A 씨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고, 자신의 의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위반과 A 씨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모두 이 씨에게 A 씨 죽음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피가 묻어 있었고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와 병원으로의 후송을 권유했으니 사고가 났음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A 씨 자신이 '괜찮다'며 후송을 거부하긴 했으나 당시 만취 상태였고, 의사인 이 씨 등이 A 씨에 대한 보호 기능을 인수했으니 A 씨를 진단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출혈이 있던 A 씨가 자던 중 구토했으니 이 씨로서는 건강 이상 유무를 살피고 필요한 경우 병원으로 후송했어야 한다"며 "이 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A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견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는 구급대원들을 돌려보내는 데 더 신중했어야 한다"며 "당시 이 씨와 A 씨 등이 모두 군인 신분이어서 A 씨가 만취한 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사실이 소속 부대에 알려질 경우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성급히 구급대원들을 돌려보낸 것이라는 의심이 간다"고 덧붙였습니다.

양형에 대해서는 "이 씨의 경솔한 판단과 부주의로 삶의 대부분을 의료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을, 이제 그 결실을 보고 의료인으로서의 이상을 펼쳐보고자 했을 젊은 청년인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이는 한 명의 의료인을 잃은 국가와 당시 군의관이던 피해자를 잃은 군에 큰 손실이고, 부모에게는 큰 슬픔"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A 씨는 이 씨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자 동료로, 이 씨 역시 이 사건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 뒤 평생 자숙하며 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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