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OLED에 13.1조 투자하는 삼성의 쓰린 속내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19.10.10 17:19 수정 2019.10.10 17:45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OLED에 13.1조 투자하는 삼성의 쓰린 속내
삼성이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13조 1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투자 금액에 문재인 대통령도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공장을 찾아 축하했습니다.

삼성 발표의 핵심은 그동안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해 온 탕정 공장 일부 라인을 OLED 패널 생산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있습니다. OLED라 부르는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기본 발광원으로 하되, 그 위에 퀀텀닷 무기물로 구성한 일종의 필터를 얹은 게 '차세대' 기술이라는 게 삼성 입장입니다. 삼성은 이 기술을 'QD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사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발광원을 중심으로 기술구분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OLED가 발광원이면 OLED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많은 매체가 삼성의 투자 계획을 보도하며 'QD-OLED'라는 표현을 썼지만 삼성 측이 "'QD 디스플레이'라는 표현을 써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이 이렇게 용어에 민감한 건 LG전자와의 'TV 전쟁' 때문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객관적으로 LG가 앞서 있는 대형 OLED 패널 시장에 뒤늦게 참전하는 모양새인 탓입니다. LG전자는 지난 달 삼성전자 QLED TV를 분해까지 해 "LCD 패널에 'QD 시트'만 얹은 것일 뿐"이라고 깎아내린 바 있습니다. "삼성이 말하는 QLED TV라는 게 결국 LCD TV일 뿐이니 시야각과 명암비가 LG OLED TV에 비할 바 못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마당에 십 조 원 단위 투자를 하면서도 LG의 'OLED 프레임'에 갇힌다면 삼성으로선 기분 좋은 일일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이번에 삼성이 도입하려는 대형 OLED 라인은 이른바 '8세대' 라인으로 칩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선 한 번에 얼마나 많은 패널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공장 설비의 '세대'를 구분하는데, LG는 이미 파주 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10.5세대 공정까지 테스트 중이란 사실도 삼성으로선 자존심을 구기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삼성이 '굴욕'을 감내하면서까지 대형 OLED 패널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요.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과거 삼성과 LG 모두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로 전환 될 때 발 빠르게 투자해 세계를 이끌 수 있었지만 그 LCD 시장은 이제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두 회사가 LCD 공정 개발을 8세대에서 사실상 끝냈을 때, 중국은 국가적 투자로 10.5세대로 먼저 치고 나가버린 거죠. 8세대 공정에서 66인치 LCD 패널 3장이 나올 때 10.5세대에선 8장이 나오는 식이니 원가경쟁이 안 되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탕정 LCD 라인을 놓고 "암환자다"고 했던 게 이런 맥락입니다.

삼성이 '암'을 방치했던 건 갤럭시를 앞세운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에서 재미를 봐 온 탓도 있습니다. 대형 TV라 해봐야 집집마다 1대 넘게 사진 않지만 스마트폰은 온 가족이 다 쓰죠. 그랬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도 이제 정체기에 들어간 상황이니 대형 패널에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반면, LG로선 삼성에 스마트폰 경쟁이 안 되니 생존을 위해 차세대 대형 TV 패널 개발에 매진했다가 그 결실을 이제 보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TV는 점점 커지고 있고 지금 전 세계 300만 대 수준인 OLED TV가 2022년엔 1000만 대까지 늘어날 거란 조사도 있습니다.

늦었더라도 가야 할 길은 가는 게 옳습니다. 마침 지난 월요일이 디스플레이의 날이었습니다. 이제 삼성까지 대형 OLED에 뛰어들면서 중국 추격을 받아 온 디스플레이 산업은 확실히 OLED 중심으로 재편된 셈입니다.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과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도, 우리 기업들이 계속 세계 시장 흐름을 읽고 변화를 선도해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 지위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