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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소화전' 무용지물…쓸 줄도, 쓸 수도 없는 걸요

<앵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에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서 골목골목마다 비상 소화 장치함을 마련해뒀습니다. 하지만 정작 불이 났을 때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건지 '거침없이 간다' 한소희 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에서 시뻘건 불길이 피어오릅니다.

3명이 사망한 지난 8월 전주 여인숙 화재.

소방당국이 신고 5분 만에 도착했지만 좁은 골목길에 막혀 소방차가 여인숙 앞까지 가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소방당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비상소화시설 설치율을 2015년 38.4%에서 올해 60%까지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김진식/영등포 소방서 현장대응단 :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화재가 났을 때 초기에 진압하도록 (설치돼 있습니다.)]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설치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지난달 화재로 소방서 추산 30억 원의 재산피해가 난 제일평화시장.

설치된 지 20년 넘은 비상소화시설이 있지만 사용법은 물론, 그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상인도 찾기 어렵습니다.

[제일평화시장 상인 : 모르죠. (비상소화시설 들어보신 적이나 교육받으신 적이?) 전혀… 전혀 전혀요.]

사용할 수는 있을까?

비상소화장치를 사용하려면 호스를 들고 17m 아래 이 소화전까지 내려와야 하는데 막상 열려고 하면 열리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 있는 비상소화함도 함 바로 아래까지 콘크리트를 발라놔 문이 반밖에 안 열립니다.

또 밖에 붙어 있는 사용설명서에는 그림도 글씨도 남아 있지 않은 백지 상태입니다.

소방차는 물론 두 사람이 같이 걷기도 힘들 만큼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설치된 비상소화시설.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열어보지만 아예 열리지를 않습니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행안위) : 소방당국이 빨리 주민에게 사용법에 대해 교육도 시키고 관리감독도 잘해나가야 할 것으로.]

화재는 초기 진화가 진압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소화 시설 설치만큼이나 관리와 사용 훈련이 절실합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종우,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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