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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주장하다 20년 옥살이…진범 논란 부른 이춘재

<앵커>

이춘재의 그 말이 사실이라면 8번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 모 씨는 무려 2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윤 씨는 몇 년 전 한 언론과 옥중 인터뷰에서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강압수사 관행이 부른 잘못된 판결인지, 아니면 이춘재가 과시욕 차원에서 거짓말을 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어서 정성진 기자입니다.

<기자>

10건의 화성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유일하게 범인이 잡힌 8차 사건.

하지만 당시에도 진범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화성 수사팀이 용의자를 폭행하고 고문해 자백을 강요한 경우가 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7차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박 모 씨를 포함해 용의자로 몰렸던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9차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현장 검증까지 했던 19살 윤 모 군은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혀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8차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윤 씨도 사건 초기 범행을 부인했지만 범인의 체모가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윤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경찰 발표가 나온 뒤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당시 화성 수사팀 관계자 : 체모가 B형이고,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을 해서 성분분석이 다 나와 있었어요. 이게 누구 털이다 하는 걸 딱 집어서 (윤 씨와) 일치를 해서….]

하지만 윤 씨는 지난 2003년 한 언론과의 옥중 인터뷰에서 자신은 8차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나간 일을 구구절절 묘사하기 싫다"며 "돈도 없고 연줄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하느냐, 당시 국선 변호인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윤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이후 20년으로 감형돼 2010년쯤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윤 씨와 이춘재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 씨는 2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춘재가 범행을 부풀려 자백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신의 한마디에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 데 우월감을 느껴 과시욕 차원에서 허위 자백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내가 죽였다'라고 하면 언론과 경찰이 그쪽에 확 몰리고, 상대방이 당황하고 하는 이런 전반적 상황을 본인 스스로가 조종·통제하면서 영향력을 미치는 데 있어서 뭔가 만족감을 느끼는….]

설사 자신의 범행으로 추가된다 해도 실제 처벌받지 않는 만큼 이춘재 입장에서는 달라질 게 없습니다.

14건의 살인사건을 포함해 30여 건의 성범죄까지, 이춘재의 자백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30여 년 만에 용의자를 잡은 경찰이 이번에는 자백의 신빙성을 밝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화면제공 : KBS)

▶ 이춘재, 범인 잡힌 8차 사건도 자백…모방범죄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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