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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밭으로 변한 황영조 마을, 하룻밤 사이 터전 잃었다

<앵커>

경북 울진의 바로 위에 있는 강원도 삼척 역시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요. 마라톤 영웅 황영조 씨의 고향이라는 초곡항 일대도 쑥대밭으로 변했는데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의 양이 엄청나서 복구가 더딥니다.

G1 최경식 기자입니다.

<기자>

마을 한가운데에 집채 높이만 한 흙길이 새로 생겼습니다.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가 거대한 물길을 내고 지나간 자리에 흙만 남은 것입니다.

마을 입구는 아직 물도 다 빠지지 않아 뻘밭으로 변했습니다.

이곳은 일명 '황영조 마을'이라 불리는 곳인데 여전히 마을 전체가 흙더미에 파묻혀 있습니다.

중장비가 쉴새 없이 흙을 퍼내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집집마다 지붕만 남긴 채 흙더미에 갇혔고 길가에 세워져 있던 차들도 꼼짝없이 흙 속에 처박혔습니다.

집안 내부는 언뜻 봐도 멀쩡한 세간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맨몸으로 집을 빠져나왔다는 주민, 집에 들어가려면 마당을 덮은 흙더미부터 다 퍼내야 하기에 막막함이 앞섭니다.

[피해 주민 : 저 안에 다 들었어요. 장롱이고 뭐고 다 뒤집어졌는데, 유리 꺼내고서 다 정리하고 빨고 해야죠 뭐.]

삽을 든 군 장병들이 힘을 보태 보지만 흙은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습니다.

물 폭탄이 퍼붓던 밤 119 구조대가 한발만 늦었어도 노모를 다신 못 볼 뻔했습니다.

[박철웅/초곡리 주민 : 집에 물이 차서 세 시간 동안 방에서 수영을 하면서 (어머니가) 119를 기다렸습니다.]

마을 계곡 상류에 위치한 기와집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폐허로 변한 주택에서 건져낸 것은 결혼 기념 사진이 담겨 있는 빛바랜 액자뿐.

[피해 주민 : 물이 이렇게 넘은 적도 없었고, 태풍 매미, 루사 때도 물이 안 넘었어요. 이 동네는. 그랬던 동네예요 여기가.]

이번 태풍에 하룻밤 사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초곡마을 주민들, 누구보다 애타게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수 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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