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태풍이 잇따라 지나가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아침 공기가 크게 달라졌다. 가을 태풍을 한반도로 끌어들인 늦더위도 물러가고 오늘(5일)부터는 낮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보다.
이제 진짜 가을이 시작된 것일까?
달력상으로 보면 가을이 시작된 지 이미 오래다. 일반적으로 9월부터 11월까지를 가을로 생각하는 만큼 어느덧 가을도 중간에 들어서 있다. 하지만 어제(4일)까지만 해도 가을인가 싶을 정도로 한낮에는 '덥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강원도 삼척(궁촌)의 기온은 한여름과 비슷한 33.3℃까지 올라갔고 경북 하양은 31.6℃, 서울도 27.8℃를 기록했다. 그럼 오늘부터는 진짜 가을이 시작된 것일까? 앞으로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것인가?
달력상으로 계절을 나누는 것과 기상학적으로 계절을 나누는 것은 좀 다르다. 연구자에 따라 계산 방법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기상학적으로는 주로 기온을 기준으로 계절을 나눈다.
기온을 비롯한 기상관측자료를 이용해 우리나라 계절을 처음으로 분류한 사람은 이병설이다(이병설, 1979). 이병설은 서울과 목포, 제주 등 3개 지점에 대해 기온과 강수량 등 지상 관측 자료를 이용해 계절을 나눴다. 그 이후 우리나라 계절에 대한 연구는 이병설의 기준을 참고하고 다른 기상 자료를 추가로 이용해 계절을 분류하는 경우가 많았다(예, 최광용 등, 2006). 기상청은 현재 이병설의 기준을 참고해 계절을 나누고 있다(아래 표 참고).
기상청이 계산한 강릉과 대구, 목포, 부산, 서울, 인천 등 전국 6개 지점 평균 가을 시작일을 보면 191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전반적으로 늦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된 최근 들어 가을이 늦게 시작되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1910년대는 9월 16일 가을이 시작된 반면 2010년대는 100년 전인 1910년대보다 12일이나 늦은 9월 28일에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가을 지속 일수도 최근 조금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아래 표 참조).
그러면 올해는 가을이 시작된 것일까? 대표적으로 서울의 경우를 살펴본다. 과거 자료는 평균기온이 있지만 오늘(5일)부터 앞으로의 자료는 평균기온을 산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상청이 예보한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을 평균해 사용했다.
서울의 최근 기온 경향을 보면 오늘(5일)부터 평균기온이 20℃ 아래로 떨어진다. 물론 최고기온도 25℃ 아래로 떨어진다. 기상청의 중기예보를 봐도 10월 15일까지 지속적으로 서울의 최고기온은 25℃를 밑돌고 평균기온도 20℃ 아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 자료를 일부 사용하고 기준을 단순하게 적용한 결과지만 서울의 경우 10월 5일 오늘이 바로 기상학적인 의미에서 가을이 시작되는 날인 것이다. 최종적인 것은 관측 자료가 모두 나온 다음에 확정되겠지만 달력으로나 기상학적으로나 서울에서는 오늘(5일)부터 비로소 진짜 가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최근까지 기승을 부린 늦더위 때문에 올해는 가을이 다른 해보다 평균 1주일 정도나 늦게 시작됐다. 계절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기상학적인 가을은 앞으로 두 달 정도 이어진다. 서울의 경우 평균적으로 11월 22일에 겨울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서울의 기상학적인 가을은 50일이 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0월 하순까지는 태풍이 또 다가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10월 하순부터는 미세먼지가 심술을 부릴 가능성도 있지만 올가을은 모두가 푸른 하늘을 맘껏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