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저축은행 회장님의 '의아한' 금융위 심사 통과

안상우 기자 asw@sbs.co.kr

작성 2019.10.04 09:30 수정 2019.10.04 11: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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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조카의 주가 조작 사건에 등장하는 '100억'

WFM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한 상장사의 이름입니다. 조국 법무장관의 오촌 조카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코링크PE는 2017년 말부터 100억 넘게 이 업체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최대주주가 되고, 코링크PE의 대표가 WFM의 대표가 됩니다. 자본금 10억도 안 되던 회사가 순식간에 상장사 하나를 먹어버린 것이죠.

이후, WFM은 2018년 7월에 150억 규모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합니다. 발행 결정은 1년 전에 이뤄졌지만, 투자한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다가 1년 만에 나타난 겁니다. 이 가운데 100억은 기업 M&A 전문 업체로부터 나왔고, 이 업체는 이 돈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끌어온 걸로 파악됩니다. 한 시민단체 소속의 회계사는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당시 전환사채는 '무보증'으로 발행된 것인데, 도대체 뭘 보고 100억 원을 WFM에 투자했냐는 것이죠.
조국 5촌 조카, WFM이렇게 투자를 받은 WFM은 11월과 12월에 각각 임대업 등을 하겠다며 100억 원 어치 건물을 사들입니다. 그런데 WFM은 건물을 매입할 때 마다 자신들의 전환사채를 사준 업체에 저당을 잡혔고, 이 업체는 연쇄적으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저당을 잡힙니다. 검찰은 이런 거래 형태를 일종의 '가장납입'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투자금을 그대로 반환받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일시적으로 큰 돈을 기업에 투자하는 겁니다. 요약하면, 저축은행 돈 100억 원은 이미 약속된 경로를 따라 WFM에 들어왔다가 나가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돈이 들어올 때 주가가 큰 폭으로 요동친다는 겁니다. 실제로 전환사채 151억 발행에 성공하자 그 다음날 WFM의 주당 가격은 하루 만에 4%이상 올랐고, 거래량도 두 배나 늘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주가부양을 시도한 부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조 장관의 조카의 구속영장청구 의견서와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 저축은행 회장님에서, 증권사 회장님으로

인위적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적어도 셋이 필요합니다. 먼저, 상장사가 필요합니다. 이 상장사에 흥미로운 소재를 더해 비정상적인 주가 부양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기획자도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자의 의도대로 일사분란하게 돈을 넣었다가 빼줄 수 있는 '전주(錢主)'도 당연히 모셔야 합니다. 특히, 이 돈은 정확히 원하는 시점에 들어왔다가 적절한 시점에 빠져나가면서 시세차익을 실현해야 합니다. 때문에 기획자들은 사채시장을 자주 기웃거립니다. 일반 투자자와 달리 정확히 기획자 의도에 맞춰 움직여주기 때문이죠.

조 장관 오촌 조카의 주가조작 과정에서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전주 역할을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물론, 조 장관 조카와 이 모든 과정을 공모했다고 단정짓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또, 상장사가 WFM이라면 기획자는 조 장관의 조카일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과연 조 장관 조카 홀로 이 사건을 기획한 것인지 아니면 조 장관이나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까지 연루됐는지, 그리하여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의 모습을 띠고 있는지를 올바르게 밝혀내는 것이 이번 검찰 수사의 목표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오늘의 문제의식은 누가 어디까지 연루됐냐는 아닙니다. 제 초점은 이번 사건의 전주에 쏠려있습니다.
검찰, 조국 부인 정경심WFM에 100억을 투자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유 모 회장은 '슈퍼 개미'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2009년 코스닥 상장사인 시티엘과 텍셀네트컴을 인수했고, 이후 텍셀네트컴은 '상상인'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유 회장은 상상인을 시가 총액 1조원 규모의 IT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2012년부터는 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금융업에도 진출한 유 회장은 지난해에는 증권사도 인수했고, 올해 초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통과해 '증권사 소유주'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습니다.

● 반복해서 등장하는 그 이름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올해 3월 통과한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특히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심사 도중 금감원으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실에 따르면, 전문 투자자인 김 모 씨가 지난 2016년 한 상장사의 내부 정보를 취득한 뒤 해당 정보가 공시되기 전에 이 상장사의 주식 7만4천여 주를 매수한 점을 수상하게 여겨 금감원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김 씨가 다름 아닌 유 회장 명의의 계좌를 사용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타인의 계좌를 대신 관리하는 걸 직업으로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금감원은 유 회장도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게다가 유 회장도 비슷한 시기 문제의 상장사 주식을 사들인 것이 금감원에 포착됐습니다. 당연히 금감원은 금융위에도 이런 사실을 통보했고 유 회장이 받고 있던 증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중단됐습니다. 증권사 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 회장을 소환조사까지 한 금감원은 유 회장 역시 미공개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사를 마무리 하면서 유 회장과 관련한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참고사항'으로 남겼습니다.
금융위원회전문 투자자 김 씨와 유 회장의 인연은 이번 사건에서 그치는 건 아니었습니다. 2012년에 있었던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유 회장은 김 씨의 권유로 김 씨 등 작전세력이 스포츠서울의 주가를 부양하기 직전 20억을 투자해 20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습니다. 이때도 공교롭게도 유 회장은 주가 조작 의도를 사전에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해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김 씨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 회장은 주가 조작 사건에 여러 번 등장하지만, 증거 부족 등으로 법망을 피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 논란을 자초한 금융위원회

그럼에도 유 회장은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검찰에 '참고사항'을 제공했다고 해서 수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금융위는 적격성 심사를 재개했고, 유 회장의 요청에 따라 검찰이 유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이 없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주면서 증권사 인수 1년 만에 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금융위의 '심사 통과' 결정에서 절차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없습니다. 유 회장이 연루됐단 핵심증거가 단 한 차례라도 나와 법적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번처럼 금융위의 적격성 심사를 앞둔 인물이 심사 기간 중에 금감원에서 조사를 받아 '참고사항'이 검찰에 제공된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업무를 담당했던 한 실무자는 "이런 상황에서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심사 관련 결정을 무작정 미룬다면, 그렇게 해서 피인수 기업에게까지 손해를 끼친다면 오히려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정해야 할 심사 주체가 심사 대상자 편에 서서 판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금융위원들의 의사 발언을 담은 회의록에는 수사기관에 참고사항을 제공하는 건 상대적으로 증거가 부족할 때라는 지적과 유 회장이 검찰로부터 받았다는 증명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있어도, '참고사항' 내용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과 유 회장의 과거에 대해선 한 마디 언급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또 다른 실무자는 "투자자 김 씨의 또 다른 사건에 유 회장이 등장해 수십억의 시세 차익을 취한 건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담고 싶었던 문제의식은 반복해서 주가 조작 사건에 등장하는 한 인물에게 다름 아닌 증권사의 대주주 자격을 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당사자가 한 차례도 처벌받은 전례가 없더라도요. 이 질문은 당시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과거의 논의 과정으로 돌아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해도 금융위원회가 이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고민한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