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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쏴죽인 백인 경찰관과 법정서 '용서의 포옹'…美 사회 감동

형 쏴죽인 백인 경찰관과 법정서 '용서의 포옹'…美 사회 감동
백인 여성 경찰관의 흑인 이웃 총격 살해사건 재판이 열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연방지방법원에서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징역 10년이라는 예상보다 다소 낮은 형량 선고에 법정 밖에 모인 시민이 야유를 쏟아내는 동안 피해자의 동생이 "당신을 용서하겠다"며 입을 연 것입니다.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 동생 18살 브랜트 진은 "당신을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사랑한다. 당신에게 어떠한 나쁜 일도 바라지 않는다"며 "감옥에 가는 것조차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형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관 앰버 가이거가 남은 삶을 그리스도에게 바치기를 원한다면서 신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포옹해도 괜찮겠냐는 요청을 판사가 수락하자, 울먹이던 가이거는 앞으로 걸어 나와 브랜트를 향해 팔을 벌렸습니다.

두 사람은 증인석 앞에서 한참을 포옹하며 대화를 주고받았고, 그동안 가이거의 흐느낌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가이거는 지난해 9월 야간 근무를 마치고 댈러스의 아파트로 귀가하다가 자신이 사는 3층이 아닌 4층에 잘못 내린 뒤 집으로 착각하고 보탐 진의 집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그를 총으로 쏴 살해했습니다.

그곳에 살던 보탐 진을 자기 집에 침입한 강도로 착각한 것입니다.

당시 가이거는 연인 관계였던 동료 경찰관과 노골적인 성적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산만한 상태였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습니다.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루시아 출신의 흑인으로 컨설팅회사에 다니던 촉망받는 젊은이가 집에 있다가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이 사건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관들이 비무장 흑인을 총격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벌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날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로 사실상의 무기징역인 최대 99년형이 가능했고 검찰도 28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5년 뒤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는 10년 형을 선고해 법정 밖에 모인 시민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다만, 아직 10대에 불과한 피해자 동생이 보여준 용서의 포옹에 댈러스 지역사회는 감동과 찬사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존 크루조 댈러스카운티 지방검찰청장은 이날 포옹을 가리켜 "사회에서, 특히 많은 지도자에게서 보기 드문 치유와 사랑의 놀라운 행동"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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