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고등학생 피격에 "정당방위"…현장 상황은 논란 여지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작성 2019.10.02 17: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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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18살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경찰은 "적법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지만, 범민주 진영은 과잉 대응이라고 주장하면서 최근 시위 사태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홍콩시립대학 학생회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과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어제 오후 4시 췬완 지역의 타이호 거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1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을 둘러싸고 공격하던 중 경찰에게 발로 걷어차인 한 명의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옆에서 쇠막대기를 휘둘렀습니다.

이에 이 시위자 쪽으로 몸을 돌린 경찰은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권총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면서 총알이 발사됐고, 가슴을 맞은 시위 참여자가 뒷걸음질치다가 쓰러집니다.

땅바닥에 쓰러진 이 시위 참여자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병원에 보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시위대 1명이 구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다른 경찰이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린 뒤 제압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경찰은 응급조치를 즉시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고무탄을 쏠 수 있는 총기와 최루액 발사기도 소지해 다른 방식으로 시위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총을 맞은 고등학생의 흉부 엑스선 사진을 보면 왼쪽 폐 부위 두 곳에 총알 파편이 박혀 있습니다.

총알은 심장 왼쪽 3cm 위치에 박혀 심장을 간신히 비켜 갔습니다.

어젯밤 탄환 적출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습니다.

한 의료진은 "폐나 심장에 총알이 박히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수술이 잘 마무리됐고, 나이나 신체 상태를 고려할 때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범민주 진영 의원 2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경찰이 고등학교 2학년생에게 근거리에서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공격 행위"라며 "경찰은 철저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홍콩 야당은 고등학생 피격이야말로 범민주 진영이 주장하는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이 왜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도 홍콩 경찰은 어제 대응이 정당방위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홍콩 경찰 수장인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어제 25명의 경찰이 다친 것을 강조하면서 "시위대가 쇠몽둥이와 벽돌, 화염병을 들고 폭력적으로 경찰을 공격해 일선 경찰관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찰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시위대가 이를 무시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의 실탄 발사는 시위대의 공격에 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었다"고 총을 쏜 경찰을 옹호했습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경찰 훈련 지침에 따르면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할 권한이 주어진다"며 "팔이나 다리를 겨냥하기 힘들기 때문에 몸통을 겨냥하도록 훈련받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