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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 특수부 축소'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취재파일] '검찰 특수부 축소'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지난 주말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는 '검찰개혁'과 함께 '조국수호'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검찰개혁과 조국수호와 왜 나란히, 그리고 연이어 외쳐지는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는 않지만,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의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그런 기대와 확신의 표현들이 눈에 띤다. 검찰이 조국 장관과 가족들에 대해서 이렇게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건 검찰 개혁에 나설 조국 장관이 무서워서라며, 그 말은 조국 장관만이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거라는 내용 등이다.

물론, 광장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요구는 이 너머에 있을 테다. 조국 장관 및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식에 분노했을 수 있고, 조국 장관의 거취에 현 정부의 성패를 투영했을 수도 있다. 다만, 주된 구호가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로 모아진 만큼 조국 장관을 수호하면 검찰 개혁이 이뤄질 수 있는지, 조국 장관이 말하는 검찰 개혁이 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특수수사'엔 손 안 댄 조국 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검찰개혁'이란 대명제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검찰 내부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필자가 만나본 검사와 검찰 직원 중에 검찰개혁 필요성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검찰개혁의 내용과 방법론이다.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안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에 성사한, 그래서 사실상 조 장관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합의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 합의안의 골자는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부여, 검찰의 송치 전 수사지휘 폐지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엔 여당과 법무부를 중심으로 '형사부 강화'가 논의 중이지만, 지난해 정부 합의안은 형사부의 힘을 오히려 빼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의 명분이 되었던 정치 검찰 문제, 그리고 정치 검찰 비판의 단초를 제공한 검찰의 특수수사에 대한 개혁 방안은 뭐였을까? 놀랍게도 없었다. 오히려 조국 민정수석 표 정부합의안은 검찰의 특수수사를 명시적으로 보장했다.

● 형사부 검사 중심으로 나온 정부안 비판

검찰 내에선 정부합의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만, 비판이 어디로 향했었는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정부의 검찰 개혁에 반대했다'고만 정리해 버리면 생산적인 논의는 불가능하다.

비판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것에 집중됐다.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은 준사법기관인 만큼, 사법 작용인 수사에 검찰의 통제권한이 사라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비판은 주로 형사부 검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소위 말하는 특수통 검사들은 조용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검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게 특수부지만, 정부 합의안은 특수수사를 명시적으로 보장했으니 특수통 검사들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 (사진=연합뉴스)
● 검찰총장이 제안한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검찰 개혁안, 범위를 좁혀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한 대안은 검찰에서 나왔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의 논의의 단초는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제공했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40여 개 지청의 특수사건을 전담하던 자리가 폐지됐고, 창원지검과 울산지검에 있던 특수부 역시 폐지됐다. 당시 대검 관계자는 "문 총장은 부산지검 등 다른 지검 특수부는 물론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국민들이 원한다면 폐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한편,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은 더욱 철저하게 보장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권 남용의 문제는 수사 착수의 주체와 수사 종결의 주체가 같아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특수수사가 비판 받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진보적 법조인들이 호응했지만, 정부?여당은 외면한 검찰총장의 개혁안

검찰의 특수(직접)수사 축소와 경찰에 대한 지휘권 유지 강화. 조국 민정수석 표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과는 방향성이 전혀 다른 검찰의 자체 개혁안에 검찰 개혁을 누구보다 바랄 것 같았던 진보적 법학자와 법조인들이 호응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선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규정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검찰을 개혁의 '주체'로 다시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검찰이 잘 하는 특수수사는 그대로 맡는 게 맞다"는 취지로 사석 등에서 이야기한 걸로 전해진다. 서울중앙지검에 '4차장 검사' 자리가 신설되며 가뜩이나 매머드급이라고 평가받는 서울중앙지검이 더 커진 것도 조국 현 장관이 민정수석 재임 기간 때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정이 180도로 변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불과 몇 개월 전 개혁 대상의 개혁 회피를 위한 눈가림 정도로 폄훼했던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즉 특수부 폐지 등을 앞장서서 주창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 그 때는 틀렸던 것이 지금은 맞는 이유는 뭘까? 조국 장관 및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제외하면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 '피의사실 공표' 그때는 맞고 지금을 틀리다?

'특수부 축소'와는 반대로 그때는 맞고 지금을 틀린 것도 있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다. '피의사실 공표'를 어떻게 정의할 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각의 주장처럼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를 언론이 받아서 보도하는 것'으로 정의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

취재는 검찰 관계자가 아닌 수사 대상자를 통해서도 가능하고, 법원 등에서 정식으로 발급된 문서나 공시 자료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과정 일체를 '검찰발 기사', '피의사실 공표'로 명명하고 있으니, 이런 주장대로라면 '검찰을 취재하는 기자가 보도한 것'을 '피의사실 공표'로 정의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이런 정의에 근거할 때 가장 많은 피의사실이 공표된 건 언제였을까? 이른바 국정농단 수사와 사법농단 수사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사람 중 당시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적폐 세력에 대한 동조로 치부됐던 피의사실 공표

현재는 많은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로 폄훼하는 여당은 당시엔 언론 보도를 사실로 전제해 논평을 쏟아냈다. 검찰의 조국 장관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피의사실 공표'라고 프레임화 해 비판하고 있는 몇몇 언론인 및 방송 출연자들 역시 당시엔 언론 보도를 사실로 전제해 전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기자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조사 내용, 즉 누군가의 피의사실을 이야기했던 한 법조인이 있다. 이 법조인은 지금은 '검찰이 조국 장관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해 조사 내용을 기자들에게 흘리고 있다. 기자들은 받아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만의 입장 변화다.

물론, 과거에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비판은 적폐 세력에 대한 동조로 치부됐고, '피의사실 공표'는 공론장에 나오지도 못 했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린 이유는 뭘까.

● 몇 개월 만의 입장 변화, 그리고 책임 있는 설명 필요성

시점이 언제든 옳은 방향으로는 나아가야 한다. 늦었지만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손질은 필요하다. 다만, 그 개혁의 주체가 동일하다면 그리고 개혁의 대상도 동일하다면, 왜 그때는 틀렸던 것이 왜 지금은 맞는지, 왜 그 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린지에 대한 책임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2018년 검찰과 2019년 검찰이 다른 것인지, 2018년 정부와 2019년 정부는 다른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덧붙여 피의사실 공표 금지는 현실에서는 강자, 권력자를 위한 것이다. 누구나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이론적으로 옳지만, 실제로 누구나 피해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검찰 수사 속보, 그리고 의혹 보도는 대개 권력자를 향해 있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대한 손질이 강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권력자와 검찰 수사에 대한 감시가 약해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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