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은퇴 못 하는 노인들…더 가난하고 고독해졌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10.01 09:49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나이가 들수록 더 외로워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는데 편차가 좀 심한 편이라고요?

<기자>

네. 어느 나라나 젊었을 때 주로 사회적인 활동이 활발하고, 아무래도 장노년층으로 접어들면서 관계가 약간 줄어드는 편이죠. 그런데 우리가 유독 그 차이가 심각할 정도로 큰 걸로 나타났습니다.

OECD 가입국 중에 34개 나라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지나 친구, 가족, 이웃이 있느냐고 물어본 겁니다.

그랬더니 거의 모든 나라에서 10대부터 40대까지는 90% 이상이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로워하고 있었습니다.

30~40대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대에 그친 나라는 우리나라랑 터키밖에 없었습니다.

50세를 넘으면 지금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우리나라 선만 밑으로 쭉 빠집니다. 10명 중 4명꼴로 '나는 힘들어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34개 나라를 다 보여드리기 힘들어서 제가 이 표에서는 OECD 평균과 5개 나라만 추렸는데요, 사실 이 표에는 없지만 우리와 터키, 그리스, 포르투갈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OECD 나라들에서 이 선이 굉장히 짧습니다.

지금 보시는 아이슬란드나 미국 같은 모양을 그립니다. 다시 말해서 늙으면서 약간 사회적 관계망이 줄어든다고 해도 평생 큰 변화는 못 느끼고 산다는 거죠. 그런데 한국의 변화가 유독 심했습니다.

<앵커>

모두가 그런 건 아닐 테고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노인들이 그런 외로움을 많이 느낄까요?

<기자>

통계개발원이 여러가지 지표들을 종합해서 봤더니 일단 돈을 벌면서 사회활동도 하는 노인은 92.5%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 '사회적 관계망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20대 젊은이랑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돈은 벌지 않고 사회활동만 한다는 노인들도 91.5%, 비슷한 수준입니다. 여기서 사회활동은 어떤 단체나 동호회에 1년에 한 번 이상 참여한 경우를 쳤습니다.

교회 행사라든가, 주민센터의 무료 노인 꽃꽂이 교실을 나간다든가 이런 거 다 해당됩니다. 사실 후자, 사회활동만 하는 노인이 선진국형입니다.

연금 같은 제도가 잘 돼있는 나라 노인들은 진짜 은퇴를 하고 경제 걱정 크게 없이 사람들과 어울리죠.

실제로 우리도 이번 보고서에서 서울을 좀 들여다봤는데, 좀 잘 산다는 구에 살수록 사회활동만 한다는 노인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또 돈을 벌면서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삶의 여유가 있는 분이라고 봐야겠죠. 그런데 경제활동만 한다, 한 마디로 돈만 벌고 있다는 노인부터 이 사회적 관계망이 없다는 응답이 늘기 시작하고요.

경제, 사회활동을 다 안 한다는 노인이 가장 외로웠습니다. 결국 노인 빈곤과도 맞물린 문제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일하는 노인 비율이 OECD 평균의 2배가 넘습니다. 이건 은퇴를 못 하는 생계형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돈을 벌 정도면 사람도 옆에 있겠지, 그런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사회활동이 다 뭐냐, 여유 없이 생계형으로 일하는 분들 중에 고립감을 느끼는 분들이 늘기 시작하고요.

그런 분들이 더 나이 들어서 생계형 일자리도 나가기 어려워질수록 더 가난해지고, 고독해지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앵커>

네. 변화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어쨌거나 부모 봉양 같은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강하게 인식되어 있는 상황인데, 좀 의외의 결과네요?

<기자>

그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한국은 이제 실제로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보고서를 낸 통계개발원의 박시내 박사는 "가족 관계망은 빠르게 해체되는 반면에 사회적 대체망은 아직 미비한, 과도기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도 한국은 효, 이런 게 사실 이제 거의 없는데 여전히 그것에 대한 기대는 살아있고 실제로는 노인들이 고립되지 않게 잡아주는 사회 시스템은 부족한 단계여서 틈새의 어둠이 더 두드러진다는 거죠.

OECD에서 우리 다음으로 노인들이 가장 외로워하는 나라인 터키 아까 보셨는데요, 여기도 전통적인 가족주의를 강조한 사회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한국사회가 워낙 급변해오다 보니 세대별로 관계망에 대한 인식이 달라서 이런 설문 결과가 나온 면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노년층 생각에 '내가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요즘 세대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생각하고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황남희/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연구위원 : 우리나라는 경제·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회적인 인식에서 관계의 깊이가 예전보다 낮아지고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OECD 다른 나라들보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관계의 깊이를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응답하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결과가 낮게 나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앵커>

어쨌거나 우리 어르신들이 외로워하고 계신 건 아닌지 주위를 살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