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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우산혁명 5주년' 이틀째 격렬 시위…경찰, 실탄 경고사격

홍콩 '우산혁명 5주년' 이틀째 격렬 시위…경찰, 실탄 경고사격
홍콩 '우산 혁명' 5주년을 맞은 28일에 이어 29일에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도심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간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우산 혁명'이라는 말은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최루탄을 우산을 펼쳐 막은 데서 비롯됐다.

이날 오후 홍콩 시민 수만 명은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들고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까지 행진하면서 홍콩 정부를 향해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다만 5년 전 '우산 혁명'이 대체로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이어졌던 것과 달리 전날과 이날의 시위는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 양상으로 전개됐다.

경찰은 이날 행진이 불법 시위라며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도로 곳곳에서 최루탄과 벽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시위대는 애드머럴티 지역의 도로에 폐품 등을 모아놓고 불을 붙였으며, 애드머럴티과 완차이 역에도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렀다.
우산 혁명 5주년 맞아 더 격렬하게 진행된 홍콩 시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폭동 진압 부대가 있는 완차이 지하철역 안에 화염병을 던져넣기도 했다.

경찰은 도심 곳곳에서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고, 물대포에 파란 염료를 섞어 시위대를 향해 발사했다.

파란 염료를 섞은 것은 이에 맞은 시위 참여자를 식별해 체포하기 위한 것이다.

시위대 선봉에선 젊은이들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찰의 진압용 무기를 막기 위한 '우산 방어막'을 쳤다.

시위 참가자 레오나드(18)는 dpa 통신에 "우리는 우산으로 방어막을 쳐 시위대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참여자 수십 명을 체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이틀 앞두고 열린 이 날 집회 주제는 '전체주의 반대'로,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극심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일부 시위대는 빨간 바탕에 다섯 개의 노란 별이 있는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풍자한 대형 깃발을 들고나왔다.

빨간 바탕에 17개 노란 별로 나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모양 '하켄크로이츠'를 만든 깃발로, 중국이 나치와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라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홍콩 우산혁명 5주년 시진핑 사진 밟는 모습
한 시위 참여자는 도로 위에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밟고 선 채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었다.

경찰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시민에게 달려들어 가면을 억지로 벗겨내기도 했다.

시위대는 전날에도 차이나와 나치를 합친 '차이나치'(ChiNazi)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인도 곳곳에 붙이면서 반중국 정서를 표출했다.

전날 시위대는 붉은 중국 공산당 깃발을 불태우는가 하면 인파가 많은 애드머럴티 전철역 바닥에 시진핑 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을 여러 장 붙여 놓아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게 했다.

거리에는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라고 적힌 노란색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조슈아 웡은 "5년 전 우리는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며, 실제로 더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빈과일보는 전날 시위에 3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시위대가 미국, 영국, 덴마크 등 여러 나라 깃발과 유엔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덴마크 깃발을 든 첸 씨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홍콩의 싸움이 바로 전 세계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덴마크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이라며 "외국 깃발을 들고 있다고 해서 외국을 더 중요시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2014년 친 러시아 대통령을 몰아낸 우크라이나 혁명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깃발을 들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깃발을 들고 있던 토니 씨는 AFP통신에 "전 세계와 연대해 중국 공산주의와 대항해 싸운다면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즈웨이베이 지역의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시위대가 수천 마리의 종이학을 바닥에 펼쳐놓고 민주주의를 기원하기도 했다.

이날 홍콩은 물론 서울, 대만 타이베이, 호주 시드니 등 세계 20여개국 72개 도시에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를 연대 집회가 열렸다.

타이베이와 시드니에서는 각각 홍콩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 옷 등을 입은 1천여 명의 시민이 모여 홍콩 시위대를 응원했다.

한편 이날 췬완 지역에서는 10여 개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시위를 했으며, 카오룽통 지역의 '페스티벌 워크' 쇼핑몰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쇼핑몰 내에서 시위대는 창업자의 딸이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폭도'로 지칭하는 발언을 한 맥심(MAXIM) 그룹을 겨냥해 이 그룹 산하의 센료, 심플리라이프등의 매장 기물을 파손했고 불매 운동(罷買)도 촉구했다.

시위대는 맥심 그룹이 홍콩에서 운영권을 가진 스타벅스 매장도 공격해 불매를 뜻하는 '罷買' 등의 낙서를 매장 문과 유리창에 온통 적어놓았다.

시위 현장에서 과속을 내던 택시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파손됐다.
우산 혁명 5주년 맞아 더 격렬하게 진행된 홍콩 시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시위에서는 지난달 25일과 30일에 이어 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세번째 실탄 경고사격도 있었다.

도심 시위 현장에 있던 사복경찰 4명이 몰려든 시위대의 공격을 받자 이 가운데 1명이 권총을 꺼내 공중을 향해 실탄 경고사격을 했다.

홍콩 사회복지사 노조의 사무총장인 후이라밍은 시위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노동운동가 스탠리 호는 사이쿵 지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 3명에게서 구타를 당했다.

홍콩의 반중국 성향 가수 데니스 호는 타이베이에서 열린 홍콩 지지 시위에 참여했다가 한 남성이 던진 붉은 페인트를 맞기도 했다.

이 남성은 경찰로 연행됐다.

국경절인 다음 달 1일에도 격렬한 시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홍콩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홍콩 경찰은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거리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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