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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이춘재가 남긴 시그니쳐 '스타킹 매듭'…수사망 벗어난 이유는?

'그것이 알고싶다' 이춘재가 남긴 시그니쳐 '스타킹 매듭'…수사망 벗어난 이유는?
이춘재는 진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일까?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범인으로 특정된 이춘재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 9월 19일 대한민국 최악의 미제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특정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건의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인물이 드러났다는 것.

또한 그 범인은 지난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잔혹하게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춘재라는 것이 알려졌다. 1986년부터 수년간 벌어진 화성 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가 끝난 이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된 이춘재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

이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인지 추적했다. 특히 DNA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사건이 이춘재의 범행이 맞는지 입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터. 방송은 그동안 남겨뒀던 자료를 기반으로 차근차근 DNA가 확인되지 않은 사건부터 살펴보았다.

이춘재는 조용한 성격으로 화성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리고 그는 고등학교는 수원에서 다녔고, 지난 86년 1월 군에서 제대했다. 제대 후 이춘재는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전기 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이춘재.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중 1,2차 사건은 그의 직장과 집 사이에서 발생했다.

3차 사건은 2차 사건 후 53일 만에 1차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생했으며 피해자인 주부 권 씨는 이춘재가 일했던 공장이 있는 곳 근처의 공장 사택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사건을 통해 이는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증거들이 여러 가지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는 "결국은 피해자를 눈여겨봤던 시간이 있을 것이고, 피해자가 혼자되는 시간까지 노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4차 사건은 이춘재의 행동반경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해자 이 양은 이춘재가 다니던 회사 옆 섬유 공장에서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범인이 범행 장소와 피해자를 오랜 관찰 끝에 정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시신이 모두 스타킹으로 결박되어 있었다는 것. 이에 전문가는 "스타킹으로 매듭을 했다는 것은 피해자가 자신과 오랜 시간 살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라며 "시그니쳐는 범죄와는 관련이 없는데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스타킹으로 지은 매듭은 범인의 시그니쳐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밧줄을 쓰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을 스타킹으로 했다. 이는 비효율적인 도구다. 그리고 이것은 사냥감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의미에서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범인이 현장에 남긴 것은 DNA 뿐만이 아닌 범인의 특이한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시그니쳐가 남아있었던 것.

이제 이춘재의 DNA가 드러난 사건을 되짚었다. 1987년 1월 5차 사건이 발생했다. 19살 홍양의 사체에 대해 법의학자는 "혈액 주변부에 소변도 같이 발견됐다. 이는 살아있을 때 일부러 고통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행위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 사건 현장에서는 이춘재의 DNA가 확인됐다. 법의학자는 피해자가 살아있는 상태로 음부 폭행을 당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법의학자는 "굉장히 심한 가학 행위를 하고, 마치 살려줄 것처럼 여성에게 옷을 입혔다. 성폭행만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범인은 피해자의 물품만을 범죄에 이용했다. 이에 전문가는 "피해자의 물품을 사용했다는 것은 굉장한 자신감과 오만함이 드러난다. 내가 어떻게든 피해자를 제압하고 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함이 담겨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5차 사건에서도 4차 사건까지 남겨진 시그니쳐와 닮은 시그니쳐가 남아 있었다.

5차 사건 후, 한 기자는 지금까지의 사건들이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해 보도했다. 그리고 이에 수사도 가속이 붙었다. 그리고 5차 사건까지 붉은색 옷을 입고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 이에 경찰은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혀서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게 하는 등 함정 수사까지 펼쳤지만 범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5차 사건 발생 후 3개월 22일 후 6차 사건은 1번 국도 오른쪽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는 1번 국도 왼쪽에서만 발생했던 사건, 그러나 6차 사건은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대쪽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7차 사건은 다시 1번 국도 왼쪽으로 넘어왔다.

이에 전문가는 "범인이 의도적으로 왔다 갔다 했을 것이다.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6차 사건 후 1년 5개월 뒤 7차 사건 발생. 이 때도 범인은 피해자의 물건만을 이용해 범행을 했다. 그리고 앞선 사건과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는 "피해자를 모욕하는 방식으로 시신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범인은 피해자의 음부에 복숭아 조각을 넣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증거품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다.

법의학자는 "부검하면서도 질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라며 범행의 잔혹성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당시 현장에 400미터를 이동한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그 흔적이 끝나는 장소는 한 남성이 버스에 급히 올라탄 장소와 동일했다.

당시 버스 기사는 이 남자의 얼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당시 4개월 동안 15만 명의 주민등록 사진을 보고 범인을 찾았지만 범인을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의 진술대로 만들어진 몽타주는 이춘재를 제법 닮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발생한 9차 사건. 당시 피해자 13살 김 양이 다니던 학교는 이춘재가 졸업한 중학교와 일치했다. 당시 형사들은 "우리가 무능했기 때문에 범인이 또다시 범행을 했구나, 무력함을 느꼈다"라고 했다.

또한 범인은 당시 피해자의 가슴을 20번 이상 난도질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상태에서 음부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의학자는 "이걸 본 어떤 사람이라도 정말로 잔인하구나. 생각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 고통을 위해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나 싶다"라고 착잡해했다.

당시 범인은 스타킹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스타킹으로 결박했다. 그리고 범인의 시그니쳐가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9차 사건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

특히 다른 사건보다 폭력성이 더 두드러졌던 9차 사건. 이춘재는 9차 사건 전 강도 예비 사건으로 전과가 생겼다. 이에 전문가는 "쌓이고 쌓였던 게 9차에서 다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앞서 당했던 피해자 보다 훨씬 더 잔혹하게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또한 전문가는 "이춘재가 가진 가장 잔인한 살인 도구는 파괴적인 마음이다"라고 분석했다.

DNA가 발견된 사건과 발견되지 않은 사건 모두에서 범인이 피해자의 물건만을 이용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전문가는 "범행의 목적은 성적인 것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많은 고통을 주는 것에 있다. 피해자들의 희망을 짓밟고 마지막 순간 목을 졸라 생명을 앗아갔다"라고 말했다.

8년 전 범죄 프로파일러 팻 브라운 박사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에 대해 "오래전 경찰이 범인을 마주했어도 그냥 어린 아이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 이춘재는 용의 선상에 올랐었지만 수사망을 벗어난 바 있다. 당시 이춘재는 용의자와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수사선상에서 제외됐던 것.

DNA 분석법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모두 끝난 후 국내에 자리 잡았다. 국과수는 피해자의 유루품에서 이춘재의 DNA를 찾아냈다. 이에 국과수 법 유전과 과장은 "보관 상태가 양호했고, 미량이지만 검출 가능한 양의 DNA가 남아 있었다. 세포가 DNA가 분석할 수 있는 컨디션에만 존재한다면 현재 기술로는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춘재의 DNA가 발견된 것은 5차, 7차, 9차 사건의 유류품에서였다. 이는 피해자의 물건만으로 범행을 저지른 범인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나도록 한 것.

또한 8년 전부터 품어왔던 제작진의 의문. 동일 수법 비교표를 공개했다. 과거 2011년 취재 도중 입수한 서류에는 연쇄 살인이 시작되기 전 화성에서 일어난 강간 사건이 정리되어 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매우 흡사한 사건들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들은 이춘재의 생활 반경 근처에서 벌어졌으며, 이춘재가 군 제대 후 1달 후부터 시작된 사건이었다. 이는 모두 우연이었을까.

제작진은 8년 전 서류에 등장한 유사수법 강간 피해자를 만났다. 피해자는 범인에 대해 "칼로 위협하고 스타킹으로 결박하고 성폭행 후 달아났다. 키는 크지 않고 나이 먹은 사람도 아니다. 뚱뚱하지도 않은 마른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범인은 피해자의 남편과 아이에 대한 질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는 "범죄가 왜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이다. 삶의 파괴와 상처, 회복될 수 없는 가족의 고통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기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춘재의 복역과 함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서서히 끝나갔다. 진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였을까.

이제 공소 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지만 범인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 또한 필요한 정의이다. 이춘재의 범행 이유는 한 단위로 규정한다면 시기의 마음이다. 피해자의 삶, 그의 가족, 사회까지 고통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

한편 방송은 '악마의 시그니쳐-화성 연쇄살인사건 2부'를 통해 이춘재의 진짜 얼굴을 계속해서 추적할 것을 예고했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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