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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역 간부 '파출소 난동' 경찰서장이 나서 사건무마 논란

민주당 지역 간부 '파출소 난동' 경찰서장이 나서 사건무마 논란
더불어민주당 지역 간부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지구대와 경찰서에서 난동을 피웠는데도 경찰서장이 사태를 무마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직원들은 현장 출동한 경찰관들이 이 사건으로 보복 인사 등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오전 0시 20분께 근무 중이던 대구 서부경찰서 모 지구대 A 경위는 왕복 6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던 B씨로부터 "경찰 XX들 담배나 찍찍 피우고 일은 안 한다"는 폭언을 들었다.

A 경위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범칙금을 부과하기 위해 B씨에게 신분증 제출을 요청했으나 그는 불응했다.

B씨는 일선서 과장급 명함을 꺼내 들고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며 경찰관들을 협박했다.

행패가 계속되자 경찰은 112상황실에 사건을 정식 접수했다.

20여분간 소란 끝에 B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지구대에서 와서도 바닥에 앉아 허공에 발길질하며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곧바로 B씨를 교통조사팀으로 인계했고 이 과정에서도 그는 서부경찰서 현관 로비에 드러누워 "가만두지 않겠다"며 고함을 질러댔다.

당연히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할 사안이지만 경찰서장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현장 출동한 경찰관 3명은 퇴근 무렵인 오전 경찰서로 불려갔고 사건을 인지한 서장은 이날 상황관리관인 생활안전과장에게 대책 회의를 지시했다.

회의 주 내용은 B씨가 "청장에게 알리고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였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청문감사관은 출동 경찰관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대응했냐"며 질책했고 경위서까지 받았다.

경찰은 결국 B씨에게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하기로 결론 내렸다.

경찰이 확인한 B씨 신원은 더불어민주당 과제별 소위원회인 을지로위원회 소속 서구지역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B씨는 당시 서구지역 을지로위원장이었으며 현재는 탈당했다"고 말했다.

B씨에게 범칙금을 부과했다고 밝힌 경찰은 연합뉴스 취재가 계속되자 말을 바꿔 "별다른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아무런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내사 종결' 처리했다"고 정정했다.

박권욱 서부경찰서장은 "억울하다고 난리를 치는 목소리에 우리가 귀를 닫아야 하나"라며 "누구든 어떤 체포가 잘못됐다고 절실하게 항의하면 언제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가 와 그날 누가 (내게) 전화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B씨와 직접 통화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사흘 뒤 이 여성이 지구대를 방문해 서로 화해했다고 밝혔다.

지구대 관계자들은 출동 경찰관들이 사과를 강요당했으며, B씨는 몇 달 뒤에도 해당 경찰관을 찾아와 "불법 체포"를 운운하며 겁박했다고 입을 모았다.

출동 경찰관들은 이후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지만, 정기 인사 때 치안센터로 발령 난 A 경위는 약 7개월 동안 전례 없이 야간 근무를 해야 했다.

대개 치안센터 발령은 영전으로 평가받으며 야간근무가 없다.

A 경위의 경우 인력 부족 등 예외적인 사유였다고 경찰은 해명했다.

A 경위는 "모든 게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일단락되는 듯하던 사태는 치안센터로 영전됐다던 그가 최근 다시 일선 지구대로 복귀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찰 한 간부는 "조직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보복성 인사라고 볼 만하다"라며 "전화 한 통에 인사 불이익이 따르고, 사건이 무마되면 현장 경찰관의 공정한 법 집행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 당사자인 B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깡패들이 싸우고 있어 경찰에게 말해주려고 건너갔는데 오히려 사람을 강제로 개 끌듯이 데리고 가며 강제진압을 계속했다"라며 "수갑을 채워 손목에 멍도 들었고 몇 주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당일 서장이 B씨 신원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당일 새벽 신문고에 올려서 알았을 수도 있다"라며 "(내가) 이번 사건 처리를 봐주겠다고 했는데도 모 간부가 계속 빌기도 하고 사건처리 된다고 (협박조로)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B씨가 주장한 깡패로 지목된 남성들은 "우리는 친구 사이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가던 길을 간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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