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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1개 섬의 폐농장에 들이닥친 돼지 열병…꼬리를 무는 의문

교량 1개 섬의 폐농장에 들이닥친 돼지 열병…꼬리를 무는 의문
'외부와 고작 다리 하나로 연결된 섬. 그곳에서도 돼지는 단지 2마리 뿐인 폐농장에서 어떻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는가'

26일 인천 강화도 본섬 서쪽에 자리한 석모도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사례는 지금까지 세간에 알려진 발병 공식에 들어맞지 않습니다.

이 전염병은 바이러스가 돼지와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육 돼지 수가 수천마리였던 경기도 북부지역의 다른 발병 농장과는 달리 인천 강화군 삼산면을 주소지로 하는 이 농가의 돼지는 접촉면이 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섬과 외부를 오가는 방법은 육로로는 석모대교 1개뿐입니다.

육지에서 전염병이 확산하더라도 오히려 섬이기 때문에 차단될 것 같은 '방역의 요충지' 같은 지리적 구조입니다.

게다가 축산 관련 차량이 해당 농장을 다녀간 흔적, 다시 말해 차량 역학관계도 현재로선 밝혀진 게 없습니다.

이 농장은 문을 닫는 폐농장이기 때문입니다.

사육 중이던 돼지는 2마리입니다.

원인 조사에 나선 방역 당국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교과서적인 경로를 따라 확산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던집니다.

방역 당국의 예측 가능한 범주를 벗어났다는 의미입니다.
돼지열병 확진된 인천 강화 양돈 농장 (사진=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 10일째를 맞으면서 총 7건으로 불어난 가운데 이처럼 수수께끼 같은 발병 사례는 당국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방역의 적절성을 다시 시험대 위에 올리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가 4∼19일인 점을 고려하면 이제부터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국면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야생멧돼지 등 다른 감염 경로 파악이 요원한 가운데 정부는 역학 관계가 나타나는 차량 동선 파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의문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방역 당국이 차량 조사의 토대로 삼는 KAHIS(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는 GPS가 부착된 축산 관련 차량만 추적할 수 있어 단순 방문객 등은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는 "강화도와 김포를 잇는 두 다리에 대해서도 양쪽을 통제하고 철저히 소독하는 등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당초 분뇨 차량을 중심으로 관리했지만 최근 농장에서 인부들을 수송하는 차량도 포함해 집중적인 관리 중"이라며 "석모도 확진 사례도 역학조사를 벌여 역학관계가 나온다면 관련된 차량도 포함해서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이날 오전 방역 점검 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농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 합동 점검 결과 농장 초소 등이 충분히 설치되지 않았고, 일부 농장과 축산 관련 시설 방역이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총력 방역'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어쨌든 경기·인천·강원도 3개 시·도로 설정된 중점관리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희망적인 시각도 나옵니다.

돼지열병의 잠복기를 고려할 때 첫 발생 후 10일째가 되는 이즈음에는 경기 북부 지역에서 어느 정도 퍼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서울 이남 등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는 않았다는데 의미를 싣는 것입니다.

농식품부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대책을 강화한다"며 일시이동중지명령 48시간 연장, 경기 북부 지역 축산 관계 차량 타지역 이동통제 같은 강도 높은 추가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10일째 이어지면서 방역 당국은 빠른 검사를 위해 24일부터 소방청 헬기까지 투입했습니다.

농식품부는 당초 의심 사례 발생 시 정밀검사를 위해 혈청 샘플을 수백㎞ 떨어진 경북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까지 차량으로 옮겼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차량 이동 시간만 몇 시간이 걸려 급박한 상황 속 정밀검사 결과가 늦어진다는 판단 때문에 소방청과의 협조로 헬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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