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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구제역과 다른 돼지열병, 양돈업계 붕괴 우려

<앵커>

목요일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이쯤에서 멈춰야 할 텐데 말이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조금만 더 확산되면 국내 돼지 축산업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 이런 걱정도 나오고죠?

<기자>

네, 여기서 확산세가 멈추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멈추면 이미 피해를 본 농가에는 죄송하지만, 국내 양돈업 전체로는 버틸 수 있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경기 남부를 지나서 돼지농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밀집한 충청 지역까지 내려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구제역도 겪었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 ASF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구제역은 백신이 있어서 예방이 가능하고요, 방역에 성공하고 나면 몇 달 안에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습니다. 잘 막기만 하면 고통은 크지만 조만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ASF는 예방이 안 되고요, 지금 문제가 생겼던 농장에서 언제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그것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대체로는 최소한 3년 이상은 지나야 다시 키울 수 있다는데 동의하는데, 이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양돈업이 ASF로 수십 년간 망가졌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올봄에 중국의 ASF 확산세를 봤을 때 앞으로 돼지고기의 글로벌 가격은 서서히 오를 일만 남았다고 여기서도 한 번 말씀을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앵커>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ASF는 뭐의 약자인가요?

<기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입니다.

<앵커>

아프리칸 스와인 피버[African Swine Fever] 이런가 보네요? (네, 맞습니다) 지금까지 피해 규모 한 번 일단 정리를 해볼까요?

<기자>

지금까지 경기 북서부에서 살처분 처리 대상이 된 돼지가 6만 마리입니다. 발병이 확인되면 반경 3㎞ 이내 농가는 모두 살처분하고 있죠.

그래서 지금까지 어떤 농가는 살처분 대상이 400마리에 그쳤는데, 그제(24일) 파주의 한 농가는 한꺼번에 3만 2천 마리가 대상이 됐습니다.

다시 말해서 돼지농가 밀집 지역으로 한 번 번지면 그 지역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어서 여기서 막아야 하는 겁니다. 그럼 지금까지의 피해 6만 마리가 국내 돼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가, 0.6% 정도입니다.

그런데 1년 전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어미돼지 수가 전체적으로 0.7에서 2.5% 정도, 전체 돼지 수는 최대 2% 가까이 늘어 있는 상태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멈춘다고 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올 연말 우리나라 돼지 개체 수는 작년 연말보다도 약간 더 많습니다. 지나가는 거죠. 하지만 지금 일주일 만에 전국 돼지의 0.6%가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더 번지면, 밀집 지역으로 가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괜찮다의 마지노선이 무의미해집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일단 번진 지역은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로요.

<앵커>

가격에 대한 걱정 나오고 있는데, 여러 차례 이동제한의 영향도 있을 거고요. 가격이 뛰고 있는데 이걸 수입 물량으로 어느 정도 가격을 조절하거나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일단 오늘 정오까지 또 돼지 농가들 사이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죠. 이렇게 되면 당장 도매시장에도 고기가 못 나타납니다. 그래서 전국의 돼지 도매시장이 모두 14곳인데, 어제 6곳이나 쉬었습니다.

전국의 가장 큰 경매시장의 거래 가는 발병 첫 확인 직후였던 지난 18일 턱밑까지로 다시 올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사정이 이렇다고 수입 돼지고기 사정도 원활하지 않다는 겁니다. 일단 지금까지 들어와 있는 수입육은 국내 사정을 보고 가격을 올린 상태입니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리고 우리의 특수 상황을 벗어나 생각해도 국제 돼지고기 시세는 올 들어서 이미 고공행진을 거듭해 왔습니다.

중국이 세계 돼지의 절반을 갖고도 글로벌 교역량의 20%를 수입할 정도로 돼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인데요, 1년 사이에 ASF 때문에 돼지 마릿수가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가격은 80%가 뛰었고요.

그러니까 수입이 늘었겠죠. 이 때문에 유럽 시장, 우리나라 수입돼지 물량의 46%,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수입량의 63%가 집중된 유럽의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23% 넘게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영향을 또 어디서 볼 수 있느냐, 지금 보여드리는 표에서 미국산 돼지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다가 지난 5월에 꺾인 게 보이실 겁니다.

이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띠면서 관세를 그전에 잔뜩 붙었어도 사가던 미국 돼지를 중국이 대규모로 수입 취소해 버립니다.

그러니까 미국 돼지 값이 바로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인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지금 ASF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국산을 다시 수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러면 미국산 가격 상승도 시간문제입니다. 우리는 작년 이전부터 늘려놓은 돼지 수가 워낙 충분해서 이렇게 비싸져 온 수입 돼지는 덜 사면 그만이었습니다.

다음 달 초까지가 전국 확산의 고비로 보이는데요, 만약에 문제가 여기서 더 번지면 국제적으로도 달리 돌아볼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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