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미 3국과 잇따라 이민 협정을 맺고 있다.
이들 국가가 이민자들을 더 많이 수용하도록 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자국민도 살기 힘든 빈곤·폭력 국가에 이민자들을 내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엘살바도르 정부와 불법 이민자의 미국 입국을 줄이기 위해 엘살바도르의 망명자 수용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케빈 매컬리넌 미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은 "이번 협정의 핵심은 엘살바도르 망명 체계의 발전을 인정하고 수용력 향상을 돕는 것"이라며 "엘살바도르를 지나는 이들은 그곳에서 보호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일단 "포괄적인 협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으로 가기 위해 엘살바도르를 경유하는 다른 나라 이민자들이 미국 대신 엘살바도르에 더 많이 망명을 신청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엘살바도르 이웃 온두라스와도 이민 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내주까지 이어질 양국 논의 내용 중엔 쿠바 이민자들이 미국 대신 온두라스에 망명을 신청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은 최근 현지 방송에서 미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온두라스가 이민자들을 더 수용하지 않으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7월 과테말라와 이른바 '안전한 제3국' 협정을 맺고,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이 아닌 과테말라에 망명을 신청하도록 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보복 위협 속에 체결된 협정으로, 아직 과테말라 의회에서 비준되지 않았다.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미 3국은 지난해 늘어난 미국행 중미 이민자 행렬 '캐러밴'의 주요 출신지다.
세 나라 모두 빈곤하고 부패가 만연한 데다 범죄율도 높아 생존이 위태로워진 국민들이 앞다퉈 이민을 택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 등을 빌미로 이들 국가와 잇따라 이민 협정을 맺자 이민자보호단체와 인권단체 등은 자국민조차 살기 힘들어 떠나는 국가들에 타국 이민자들의 수용을 강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제난민협회의 에릭 슈워츠 회장은 "그들(미국)이 다음에는 또 어디를 망명 신청자들의 피난처로 선언할 것인가? 시리아? 북한? 정말 터무니없다"고 비난하며 "엘살바도르는 망명 신청자들에게 절대로 안전한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민자보호단체인 '아메리카의 목소리'의 더글러스 리블린은 로이터에 "미국의 진짜 목적은 미국 법원에 이민자 망명 신청이 한 건도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