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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정치 도구 된 '삭발'…외신도 주목한 삭발 투쟁

<앵커>

조국 장관 문제를 놓고 열흘 넘게, 야당 사람들의 삭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잘했다, 별로다, 말도 분분하죠.

자, 이쯤에서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언제 누가 왜 삭발을 했는지, 그래서 이게 효과적이었는지 궁금해지는데, 정혜경 기자가 지난 사례들을 쭉 모아서 분석해봤습니다.

<기자>

삭발식은 원래 최후의 저항 수단이자 투쟁 수단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묵혀 온 억울함이자, 더 줄 것 없는 부모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에게 삭발은 어떤 의미일까.

SBS 이슈취재팀이 1990년부터 최근까지 약 30년간 전국 54개 일간지에서 보도한 삭발 기사들을 분석해봤습니다.

2019년 전까지는 대부분 문화, 사회, 스포츠 분야의 삭발이 뉴스였습니다.

때로는 연패를 당한 운동선수들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아니면 군 입대를 앞둔 톱스타들의 모습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 기사량이 급증하면서 정치 분야가 전제 삭발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정치 분야 삭발만 들여다봤더니 대부분 삭발은 야당의 정치 도구였습니다.

보수 정권에서는 전체 기사의 85.7%가 야당인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삭발 소식이었고 진보 정권에서는 전체의 93.2%가 마찬가지로 야당인 보수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삭발 소식이었습니다.

때로는 지역구 사업이나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 혹은 정당의 공천 배제에 대한 반발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삭발을 하는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선거 직전 삭발식을 열었던 일부 무소속 후보들, 낙선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지층 결속, 인지도 상승에 일부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임지은/경기 부천시 : 언론에 많이 뜨니까 보기 싫어도 자주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노민일/서울 강서구 : 아무래도 좀 보기는, 한 번 더 보게는 되죠.]

국제적인 관심도 받았습니다.

영국 BBC는 "유교 문화에서 태동한 삭발이, 군사 정권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저항 방식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형준/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 독특한 정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우리는 이제 실제로 보면 중앙권력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오랜 역사 속에서 협치를 공유한 적이 별로 없잖아요. (외국에서는 삭발 투쟁이) 거의 없죠.]

하지만, 약자의 저항을 상징하던 삭발이 정치권의 연거푸 거듭된 삭발식으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최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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