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이뤄진 것은 정부포상 업무 지침과 포상을 심의하는 행정안전부의 자체 판단 때문입니다. 정부 포상의 훈격은 훈장, 포장, 표창으로 구분되는데 바뀐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르면 정부포상을 받은 사람이 훈장을 받기 위해서는 포상을 받은 후 7년이 경과해야 합니다. 또 포장은 5년, 표창은 3년이 각각 경과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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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황당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해 유공자로 포상을 받은 사람들은 이번에 전원 제외된 것입니다. 2011년 7월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정부는 이듬해 1월, 유치 유공자에 대해 훈장과 포장, 그리고 표창을 수여 했습니다. 이때 훈장, 포장, 표창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받은 사람은 이번 포상에서 전원 빠졌습니다.
평창조직위원회에서 4년간 근무했던 한 간부는 "2012년 1월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던 사람은 7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에 훈장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는 모두 제외했다. 한마디로 업무 지침에도 없는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겨울이면 영하 20도가 넘는 혹한의 평창에서 가족과 떨어진 채 몇 년간 오직 올림픽 성공만 보고 달려왔는데 중복 수상은 안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포상에서 제외하니 허망하고 야속한 느낌 뿐"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국내 체육계의 한 인사는 "유치 때 표창을 받은 사람 가운데 이후 평창 조직위원회에 파견돼 큰 공로를 세운 사람들이 여럿 있다. 표창보다 훨씬 높은 훈장을 줘도 모자라는 상황인데도 표창은커녕 아예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를 모르겠다. 입학할 때 성적 우수자로 상을 받은 학생은 수석 졸업을 해도 상을 줄 수 없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과 평창조직위 활동은 엄연히 다른데 이를 동일한 것으로 보고 훈장 대상에서 제외한 행정안전부의 시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011년 평창 올림픽 유치 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정부는 재포상에 대한 일부 예외 규정을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평창조직위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일부 예외 적용과 함께 유치 때 받았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탈락한 사람들을 명단에 포함해 달라고 행정안전부를 강하게 설득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문체부의 소극적 자세를 꼬집었습니다.
정부는 오는 25일(이낙연 국무총리 시상)과 27일(박양우 문체부 장관 시상)에 걸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유공자(1,006개 개인과 단체)에 대한 포상식을 개최합니다. 하지만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난 지 1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늑장 수여'를 하는 데다 형평성 논란까지 생겨 '빛바랜 포상식'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당연히 '평창 훈장'을 받아야 할 '평창 주역'들이 오히려 대거 제외된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지 않습니다. 받는 사람은 개운치 않고 받지 못하는 사람은 억울해한다면 그것은 국가 훈장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훈장도 그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진정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