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재 표면 방사선량 검사…알고 보면 '셀프'
이게 무슨 말인지 쉽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래 사진이 목재 표면의 방사선량을 조사하는 모습입니다. 목재업체 직원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 보이시죠? 오른손에 든 측정기에 방사선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습니다. 목재 안에 만일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있으면 그 세슘으로부터 사방으로 방사선이 나오는데, 그 방사선을 감지합니다. 측정 단위는 'cpm'으로 나옵니다. 기준치는 1,000cpm입니다. 1분에 방사선 1,000개를 넘으면, 그 나무는 안 판다는 뜻입니다.
● 측정기를 높이 들기만 하면, 방사선량 값은↓
또, 검사 방법 자체가 측정값을 100% 신뢰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저 측정기는 센서를 목재에서 멀리 떨어트리면 값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측정기를 목재에 찰싹 갖다 대면, 값이 높아집니다. 그러니까 기준치가 1,000이라고 하지만, 측정기를 어느 정도 높이에 대느냐에 따라, 목재업체 마음대로 그 값을 1,000 이하로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원래는 목재 표면으로부터 1cm 높이에 댄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측정값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 후쿠시마현 목재업체가 공개한 건 '최신' 측정기
취재진은 지난 3일, 일본 후쿠시마현의 한 대형 목재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후쿠시마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업체라고 소개했습니다. 후쿠시마현 목재업체 조합은 딱 그 업체만 취재하도록 허가했습니다. 공장 밖에는 엄청난 양의 삼나무가 쌓여 있었습니다.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으로 수출도 되는 목재라고 했습니다. 목재들은 껍질이 벗겨진 뒤 공장 안에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가공되고 있었습니다. 도쿄올림픽 '빌리지 플라자'에 쓰는 목재도 바로 이 업체에서 생산됐습니다.
목재는 껍질을 벗기기 전, 그리고 껍질을 벗긴 뒤, 2단계에 걸쳐 세슘 측정기를 빠른 속도로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기다란 목재가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한 네모난 장비를 통과하면서 세슘의 양이 측정됩니다. 목재조합 측이 최신 측정 장비를 들여온 곳만 저희 취재진에게 공개한 겁니다. 그럼, 이게 앞서 보신 방법보다 훨씬 정확한 걸까요?
● 목재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방사선량 값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측정기는 'cpm'이 아니고 'cps'라는 단위로 측정값이 나옵니다. 방사선이 '1분에 몇 개'가 아니라, '1초에 몇 개'로 나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방식은 측정기를 목재 표면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최신 측정기는 그나마 낫습니다. 측정기와 목재 사이의 거리를 임의로 조절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목재 두께가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파란색 박스 측정기는 나무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숫자를 셉니다.
이런 측정 방법, 즉 1초든 1분이든, 시간당 방사선의 개수를 세는 방식은 후쿠시마산 목재의 오염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저 공장에서 마음먹고, 목재 컨베이어벨트를 더 빨리 돌리면, 다 기준치 이하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봉환 박사는 "만약에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속도보다 빠르게 컨베이어 시스템을 운전한다면, 측정할 수 있는 한도가 떨어진다. 세슘이 일정량 있어도 측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목재업체가 방사선량 값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걸 확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 일본, 검사 물량은 많고, 속도는 빠르지만…정확도는↓
최신 측정기를 가동 중인 업체는 딱 2곳입니다. 나머지는 처음 설명 드린 휴대용 측정기를 씁니다. 측정 상황에 따라 값이 변합니다. 우리나라는 목재에서 세슘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입 목재의 방사능이 의심스러우면, 항구에서 실험실로 가져가 정밀 분석을 합니다. 1kg당 정확히 몇 베크렐인지 나옵니다. 검사 물량은 적고, 분석 시간은 길겠지만, 정확도는 높습니다. 일본처럼 거리나 속도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많이 검사하려니 이런 방법을 쓰는 겁니다. 목재업체의 셀프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건 찾기 힘듭니다. 이게 정말 세슘이 없어서 그런 건지, 다음 글에서 계속 전해 드리겠습니다. 인체에 대한 영향과는 별개로, 따져볼 문제입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료 조사: 이다희,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