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도쿄올림픽, 대표팀 급식센터 예산이 없다

"선수들 방사능 걱정 때문에 필요"…급식센터용 호텔 계약금 없어 고민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09.19 10:44 수정 2019.09.19 10: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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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 급식 센터 설치와 관련된 확정된 예산이 없어 대한체육회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어제(18일) "방사능 오염 의혹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우리 선수들이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쿄올림픽 선수촌 인근에 최적의 급식 지원 센터를 구했는데 예산이 따로 편성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전말은 이렇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권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후쿠시마 지역의 재건을 위해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도쿄올림픽 선수촌 공식 메뉴에 사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자재의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여서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동일한 식자재의 한국산 방사능 수치보다 훨씬 높은 게 사실입니다.
급식 지원센터 예정지 헨나 호텔이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선수들을 위해 별도의 급식 지원 센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급식 지원 센터의 관건은 선수촌과 무조건 가까워야 하고 조리 시설은 물론 조리팀이 장기간 숙박해야 할 시설이 완비돼야 합니다. 대한체육회는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도쿄올림픽 선수촌과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헨나 호텔'(행정구역 상 치바현 우라야스시)의 식당이 최적의 급식 센터 장소라 판단하고 올림픽 기간 전후에 약 한 달 동안 통째로 빌리기로 합의했습니다.
헨나 호텔 식당이번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는 크게 다릅니다. 상당수 한국 선수들이 선수촌 음식을 꺼릴 것을 고려해 매일 150인분의 도시락과 선수 개인 입맛에 맞는 '맞춤형 특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진천선수촌 신승철 검식사를 비롯해 최대 규모의 조리팀이 도쿄에 파견될 계획인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헨나 호텔 식당 대여료만 약 10억 원이고 숙박비와 식자재를 합치며 최대 17억 원이나 됩니다.

그런데 대금 지급 시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헨나 호텔 측은 식당 대여료 10억 원 가운데 5-7억 원을 반드시 올해 안에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대한체육회에 급식 지원 센터와 관련된 예산이 별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예산을 집행하려면 2018년에 예산을 책정했어야 했는데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고육지책으로 올해 국제 대회에 출전하려고 계획했다가 출전하지 못해 남은 예산을 전용할 생각도 하고 있지만 금액 자체가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헨나 호텔 측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대한체육회는 내년에 다른 후보지를 급하게 찾아야 되고 또 훨씬 많은 돈을 써야 합니다. 헨나 호텔은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1.5km밖에 떨어지지 않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곳이어서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면 투숙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계약을 확정 짓지 않으면 이곳에 급식 지원 센터를 설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 개막이 가까워지면 숙박비가 지금보다 2-3배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또 헨나 호텔보다 먼 곳에 급식 센터를 설치하면 선수촌과 거리가 자동차로 1시간이나 될 수도 있다. 우리 선수들이 선수촌에서 나와서 먹는 것도 불편할 것이고 급식 센터에서 선수촌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또 40도에 육박하는 도쿄의 폭염을 생각하면 음식의 신선도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걱정을 나타냈습니다.

만약 헨나 호텔에 한국 선수단 급식 센터를 설치하려던 계획이 예산 문제로 좌초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선수들이 볼 것으로 보입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시간이 가장 중요한데 한 끼를 먹으려고 자동차로 1시간을 이동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급식 센터에서 선수촌을 통과하려면 엄격한 검색을 받아야 하는데 선수촌과 급식센터의 거리마저 멀다면 더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태극전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방사능 오염 의혹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그대로 먹겠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급식 센터 설치 문제가 불거지자 대한체육회 예산을 관리 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도쿄올림픽 급식 센터 예산이 따로 편성되어 있지 않는 것은 맞다. 현재 대한체육회 예산 가운데 우수 선수 양성 지원비나 국제 대회 참가 지원비 가운데 남은 돈을 쓰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논의해 올해 안에 헨나 호텔 측에 지급해야 하는 5-7억 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