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도 봉사와 헌신…" 50년 종지기 생활 마친 남자

TJB 노동현 기자

작성 2019.09.18 17: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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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려 50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전 대흥동성당의 종을 울린 사람이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해오다 종지기 생활을 마치게 된 그의 삶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노동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정오를 앞둔 시간.

50년째 대전 대흥동성당 지켜온 조정형 씨가 종탑이 있는 성당 꼭대기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종을 치기 전 짧은 기도를 올린 그가 온몸의 체중을 실어 힘껏 줄을 당기자 아름다운 종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집니다.

50년 전 20대였던 청년은 이제 120개의 계단을 오르기도 버거운 70대 노인이 됐지만, 시계추 같은 그의 삶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정형/대전 대흥동성당 종지기 : 내가 젊었을 때는 (계단을) 뛰어 올라오기도 했는데 차츰 나이가 먹으니까 그렇지 못하고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데…힘들어요.]

종지기의 삶은 개인 생활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정오와 저녁 7시, 하루 2번 매일 같은 시각에 종을 쳐야 하기 때문에 여행은커녕 저녁 식사 약속도 잡기 어렵지만 그는 종지기의 사명을 기쁨으로 감당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

그를 대신할 후임자를 찾기 어려워 성당 측이 타종을 전자식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이달을 끝으로 50년 종지기 생활을 마치게 됐습니다.

[조정형/대전 대흥동성당 종지기 :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종을 치면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지난 50년간 그가 치는 종소리를 들어온 성당 식구들은 힘든 사명을 묵묵히 감당해온 그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그가 치는 맑은 종소리를 들을 수 없게 돼 아쉽기만 합니다.

[정해봉/대전 대흥동성당 성도 : 꾸준하게 종을 치셨는데 너무…종소리를 이제 사람이 치던 걸 못 들으니까 섭섭한 마음도 있죠.]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대흥동성당 역사의 절반을 함께 하며 종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 조정형 씨.

은퇴 후 그의 꿈은 역시 봉사와 헌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입니다.

[조정형/대전 대흥동성당 종지기 : (성당)주위 환경 청소하는 것이나 차량 같은 거 오면 주차관리도 하고…그런 거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