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인공지능, 엘니뇨 발생 1년 반 전에 미리 알 수 있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9.19 02:29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인공지능, 엘니뇨 발생 1년 반 전에 미리 알 수 있다
2016년 3월 15일,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인 이세돌 9단은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이로써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은 4:1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곳곳에서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한 연구도 시작됐다. 기상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상청은 국립기상과학원에 벤처형 조직을 신설해 2019년부터 2027년까지 기상 빅데이터와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한 인공지능 기상예보 보좌관 '알파웨더(Alpha weather)'를 개발해 개인별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공지능에게 막대한 양의 예보생산과정을 학습 시켜 예보관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기상청, 2019).
인공지능(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연합뉴스)연구 결과는 기후 예측 분야에서 먼저 나왔다.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함유근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해 지구촌 기상 이변의 주범인 엘니뇨 발생 여부를 최대 1년 반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엘니뇨 예측 모델의 예측 성능은 모두 1년을 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세계 최고의 과학 저널인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발표됐다(Ham et al., 2019).

연구팀은 우선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 가운데 이미지 인식에 주로 활용되는 합성곱 신경망 기법(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선정했다. 엘니뇨 예측을 위해 2차원 해수면 온도(SST)와 해수 열용량 지도를 입력 자료로 선정하고, 출력 변수로는 대표적인 엘니뇨 지수인 Nino3.4 지수를 선정했다. 엘니뇨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징후인 해수면 온도와 해수 열용량의 지역적인 변화를 인공지능이 미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학습 시켜 엘니뇨를 예측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엘니뇨를 현실적으로 모의하고 있는 대기-해양 접합 대순환모델(CMIP5)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료를 이용했다. 1861년부터 2005년까지 145년 동안의 과거 기후를 시뮬레이션한 전 세계 21개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부족한 관측 자료 대신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이용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1871년부터 1973년까지의 관측 자료라 할 수 있는 재분석 자료(reanalysis data)를 이용해 인공지능의 예측 성능을 향상시켰다. 1984년부터 2017년까지의 재분석 자료는 인공지능 예측 모델이 실제로 엘니뇨 발생을 어느 정도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성능을 검증하는 데 활용했다.

연구 결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엘니뇨 예측 모델은 최대 1년 반 전에 엘니뇨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니뇨 발생 가능성과 발생 강도를 나타내는 엘니뇨 지수 예측 성능을 보면 초기 6개월 동안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엘니뇨 예측 모델의 성능이 기존의 예측 모델 가운데 성능이 가장 우수한 모델과 결과가 비슷했지만 6개월 이후부터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엘니뇨 예측 모델의 성능이 기존의 다른 모델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엘니뇨 지수 예측 성능(자료: Ham et al., 2019)특히 예측 성능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상관관계가 최대 18개월 가까이 0.5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 성능이 0.5를 넘어선다는 것은 예측으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학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엘니뇨 예측 모델의 예측 성능은 12개월 이후에는 0.5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엘니뇨 예측 모델로는 엘니뇨 발생을 12개월 이전에 알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엘니뇨 예측 모델은 엘니뇨 발달 형태 즉, 동태평양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동태평양 엘니뇨(EP-El Nino)'와 중태평양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중태평양 엘니뇨(CP-El Nino)'를 1년 전부터 구분해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엘니뇨 예측 모델의 수준이 1년 뒤에 발생하는 엘니뇨가 동태평양 엘니뇨인지 아니면 중태평양 엘니뇨인지 3개 중 2개를 맞추는 수준(66.7%)이라고 밝히고 있다.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정상보다 뜨거워지는 엘니뇨는 동태평양 바닷물이 더 뜨거워지는지 아니면 중태평양 바닷물이 더 뜨거워지는지에 따라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게 달라진다. 엘니뇨 발달 형태에 따라 지구촌에 나타나는 기상 이변이나 기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엘니뇨 발생뿐 아니라 발달 형태를 충분히 일찍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길게 잡아도 6개월 전에 동태평양 엘니뇨와 중태평양 엘니뇨를 구분해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이 예측의 한계 또한 넘어선 것이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 엘니뇨 예측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해수면 온도를 비롯한 엘니뇨 발생과 관련된 다양한 기후 인자들의 핵심적인 변화 패턴을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성공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첫 사례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엘니뇨뿐 아니라 다양한 기후 현상을 예측하는데 인공지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기상청의 계획대로라면 2027년이면 인공지능 기상예보 보좌관 '알파웨더'가 만들어진다. 인공지능이 지구촌 기상 이변의 주범인 엘니뇨 예측 정확도 향상과 함께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기상 예보 정확도 향상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결과가 주목된다. 인공지능 예보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참고문헌>

* 기상청, 인공지능 기상예보 보좌관 '알파웨더' 개발한다(2019.6.13)
* Yoo-Geun Ham, Heong-Hwan Kim, and Jing-Jia Luo, 2019 : Deep Learning for multi-year ENSO forecasts,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19-1559-7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