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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정부, 살인적 인플레 잡으려 조용히 시장통제 완화"

"베네수엘라 정부, 살인적 인플레 잡으려 조용히 시장통제 완화"
엄격한 시장통제 정책을 고수하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극심한 경기 후퇴 속에 슬그머니 고삐를 늦췄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몇 달 새 무분별한 화폐 발행을 축소하고, 잦은 임금 인상도 멈췄으며, 식량난을 야기한 상품가격 통제도 대부분 완화했다.

사회주의 통제경제 정책을 펼쳐온 마두로 정권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대공황 때보다도 극심한 경기 침체에 자유시장 정책을 일부 도입했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과 전임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옥수숫가루부터 장난감,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상품 가격을 엄격해 통제해왔다.

2018년 한 해에만 최저임금을 여섯 차례나 인상하는 등 시도 때도 없이 임금 인상을 발표했고, 여기에 필요한 돈은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해 충당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화폐량은 매주 평균 15%씩 늘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올해 들어 변화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올해 아직 한 차례 밖에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고, 볼리바르 화폐 증가 추세도 주당 평균 8% 수준으로 줄었다.

가격 통제도 느슨해졌다.

신발업계에 종사하는 루이지 피세야는 WSJ에 "예전엔 가게에 빨간 셔츠를 입고 모자를 쓴 감독관들이 찾아와 신발 가격이 높으면 벌금을 물리곤 했는데 요샌 감독관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같은 통제 완화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다.

베네수엘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월 260만%에 달했던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8월엔 13만5천%로 뚝 떨어졌다.

정부의 시장 통제 완화와 더불어 해외로 떠난 이민자들이 베네수엘라 내 가족과 친지에게 보내는 달러가 늘어난 것도 베네수엘라 경제에 숨통을 열어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통제 완화가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WSJ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의 이코노미스트 세르히 라나우는 마두로 정권의 통제 완화를 터닝포인트로 보지 않는다며 "몇 달 후에 '돈이 더 필요하니 더 찍자'고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면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대표인 펠리페 카포솔라도 "가격통제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판매자들 머리 위에 칼날이 걸려 있는 셈"이라며 정부의 통제가 언제라도 다시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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