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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로 귀환 불법 이주민들, 생활고에 실패자 낙인까지

글로리아(26.가명)는 최근 경험한 혹독한 시련을 떠올리면서도 자신은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달래고 있다.

지난해 4명의 여성과 함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나이지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했다.

유럽으로 가는 통로인 아프리카 대륙 북부에 자리한 리비아에 당도하기도 전에 3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고 겨우 2명만 살아남아 리비아 현지에서 발이 묶인 채 1년가량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글로리아는 이들 5명 중 현재 나이지리아로 돌아온 유일한 여성이라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글로리아는 패션디자이너의 꿈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지리아 남부 베닌시(市)의 허름한 작업장에서 월 1만5천나이라(약 4만9천원)의 봉급을 받으며 운동복을 만들고 있다.

그는 "유럽으로 가는 비용으로 돈을 다 써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었어요"라며 "하지만 감사하게도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유럽으로 향하는 대부분 불법 이주민의 출발 지점인 에도의 주(州)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 훈련 프로그램 덕택에 일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글로리아와 같은 1만4천여명의 나이지리아 젊은이가 지난 2017년 이후 유엔이 실시하는 자발적 귀환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귀국했다.

글로리아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저 지붕이 있는 곳에서 밤을 보내고 끼니를 해결하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곳에서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2주 안에 유럽에 당도할 것이라는 불법 이민 브로커의 말을 믿은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자책했다.

◇무일푼에 상처투성이 유럽연합(EU)이 불법 이주민 정책을 최근 강화하면서 이제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당도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많은 이주자가 리비아에서 수개월 심지어 수년을 발이 묶여 불법 브로커들에 의해 노예처럼 팔리고 있으며 나이지리아로 돌아오더라도 삶은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이미 브로커들의 학대에 상처 입은 데다 산산조각이 난 꿈에 실망하며 빚만 잔뜩 짊어진 채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한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귀국한 불법 이주자가 겪는 "끊임없는 고통"을 조명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많은 이주민들이 돌아오고 나서 귀환한 이주민이라는 낙인과 함께 장기간의 정신적·육체적 문제를 겪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나이지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귀환 이주민 돌봄센터는 예산이 부족해 장기적 관점의 종합적 지원이 있어야 하는 이들의 수요를 맞출 수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에도 주는 나이지리아에서 보기 드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이곳에는 현재 1만4천여명의 귀환 이주민 중 4천800여명이 머물고 있다.

대부분 17~35세인 이들은 변변한 학교 졸업장도 없고 직업 관련 자격증도 없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에도 주의 주도인 베닌시(市)를 방문해 2박을 호텔에서 지내며 정신과 상담을 1시간 동안 받을 수 있으며 1천 유로(약 130만원)가량의 지원금을 받는다.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정부 보조금이 드물고 8천300만명이 극단적인 빈곤 생활을 하는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만큼의 지원이면 갱생 의지를 갖기에 충분하다.

◇낙인 에도 주 직업훈련센터의 우키네보 다레는 돌아온 불법 이주민들이 '특별대우'를 받는다며 많은 젊은이가 불평을 터뜨린다고 귀띔했다.

베닌시에 있는 현대식 강의실에는 수백명의 학생이 코딩을 배우고 사진기술을 익히며 소기업 창업 강좌를 듣고 마케팅 기법을 배운다.

다레는 "청년과 귀환 이민자 모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돌아온 이주자들이 낙인찍히는 걸 원치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든 불법 이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들이 우선입니다. 그들에게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요"라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 국립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35세 이하의 나이지리아인 중 55%가 무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티케(가명)는 2017년 2월 나이지리아를 떠날 당시 저임금 노동자였으며 리비아에서 돌아온 후 그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티케는 그해 12월 몸은 돌아왔지만, 정신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코딱지만 한 방에서 동거녀와 함께 생후 넉 달 된 딸을 키우며 힘겹게 생활하는 그는 "편집증이 생겼어요.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없으며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위험이 다가오는지 항상 밖을 주시하죠"라고 말했다.

◇범죄 티케는 귀국하고서 정신과 상담도 받지 못한 채 몇 달이 지나고서 정육점 일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국제이주기구(IMO) 등 여러 단체에서 운영하는 사회 재통합 프로그램에 등록해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며 가게를 운영할 자금도 마련하지 못했다.

티케는 "우리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갱단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지 공식 테이터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는 수십년간 경제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에도 지역에서는 작년부터 범죄율이 증가했다 정부의 불법이주 대책반에서 일하는 릴리안 가루바는 사람들이 귀환한 이주자들은 지역사회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가루바는 "그들은 귀환자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 희생자가 아닌 실패자로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빚의 덫 피터(24, 가명)는 리비아에서 돌아오고서 얼마 전 체포됐다.

그의 어머니가 이웃에게 불법 이주 브로커에게 지불할 비용으로 1천 유로를 빌렸기 때문이다.

피터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빚쟁이가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니는 빚을 갚지 못했고 나는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라고 말했다.

이미 한번 불법 이주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 피터는 이번에는 모로코로 갔다며 "리비아에서 돌아왔을 때 다른 나라로 가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더 힘들었으며 다행히 3주 전 나이지리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줄곧 목숨을 끊을 생각만 했다. 하지만 목숨을 끊어서 무엇을 얻겠는가? 어머니 생각에 그럴 수도 없다"라며 한숨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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