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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닌 '신념 병역거부'에 엇갈린 판결 논란

종교 아닌 '신념 병역거부'에 엇갈린 판결 논란
'비폭력주의' 신념을 바탕으로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20대가 올해 초 수원지법서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인 가운데 이후 비슷한 신념에 근거해 입대를 거부한 또 다른 20대는 같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지난 2월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 및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씨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 준비를 위한 군사훈련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훈련에 불참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되는 과정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또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종교적 이유를 든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아닌 개인의 신념을 바탕에 둔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여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폭이 종교를 넘어 윤리·도덕·철학·사상 등 다양한 범위로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는 A 씨는 전쟁 등 비상 상황이 오더라도 비폭력주의를 견지하겠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원지법 형사6단독 이종민 판사는 지난 5월 비폭력 주의자를 자처하며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군에 입대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B(28)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4부(주진암 부장판사)도 지난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B 씨에 대해 병역거부와 관련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유죄를 선고하고 동일한 양형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예비군 훈련을, B 씨는 입대를 거부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비폭력 주의자로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볼때 유사한 사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신념에 뿌리를 두고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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