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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후계자 경쟁시켜 레임덕 방지…고이즈미 발탁은 눈속임"

"아베, 후계자 경쟁시켜 레임덕 방지…고이즈미 발탁은 눈속임"
▲ 아베 내각 신임 환경상 고이즈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11일) 단행한 개각과 집권당 자민당 인사의 막전막후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개각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38살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을 환경상에 발탁한 것이 일본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측근을 대거 요직에 중용한 것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친구인 가케 고타로가 이사장인 가케학원이 대학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산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를 문부과학상에 임명하는 등 무리수를 뒀는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고이즈미를 이용해 깜짝쇼를 벌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개각과 관련한 일본 언론의 관심은 고이즈미에 집중됐습니다.

복수의 언론이 고이즈미가 환경상에 내정됐다고 그제 보도한 후 일본 방송사의 주요 뉴스나 와이드 쇼 등에서는 고이즈미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급증했습니다.

고이즈미는 남성 각료로서는 전후 최연소라는 기록을 세웠고 최근에 연상의 프리랜서 아나운서와의 속도위반 결혼까지 발표한 터라 일본 매체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언론의 관심이 고이즈미에 집중되면서 사립대 비리 의혹의 당사자가 대학 정책을 총괄하게 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인선에 대한 비판을 담을 그릇이 줄어든 셈입니다.

고이즈미 발탁에 관해 아사히신문은 "이미지 전략이 성공해 이번 개각의 중심이 됐다"면서 "그 그늘에서 감춰진 형태가 된 것은 총리의 '측근 중용' 인사"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지로는 속임수일 뿐"이라는 각료 경험자의 평가를 오늘 보도했습니다.

고이즈미가 애초 아베 총리와 거리를 뒀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그는 지난 2012년과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 반기를 들고 출마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 표를 던졌고, 2015년에는 관방부장관직을 제안받았지만, 경험 부족을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이례적 인사는 고이즈미와 마찬가지로 가나가와현이 지역구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중개로 이뤄졌습니다.

스가는 고이즈미가 지난달 총리관저를 찾아와 자신과 아베 총리에게 결혼을 보고한 것이 각료직에 대한 의욕의 표시라고 판단해 전화로 고이즈미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오늘 전했습니다.

스가 관방장관의 보고를 받은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에게 개각 이틀 전인 지난 9일 전화해 환경상 임명 계획을 통보했으며, '깜짝 쇼'를 연출하기 위해 아베 총리는 이런 계획을 막판까지 주변에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그간 자신에게 충성하며 '포스트 아베'로 지명되기를 기다려 온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에 임명하지 않고 영향력이 한 단계 낮은 자리에 유임시킨 것에는 특정인에게 힘을 싣지 않고 차기 주자를 경쟁시켜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방지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베 총리는 애초 기시다 정조회장을 간사장으로 임명해 자신의 라이벌인 이시바 전 간사장을 확실히 밀어내려고 했지만, 기시다의 영향력 확대를 꺼린 스가 관방장관이 '정권을 안정시키려면 니카이 간사장을 유임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하는 등 당내 견제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니카이 간사장이 올해 3월 아베 총리를 독대하며 "헌법 개정은 제가 할 테니까요"라고 개헌을 위해 선봉에 서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사실상 유임을 확정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입각한 정치인이 13명에 달하는 등 대규모 개각을 한 것은 주요 파벌의 협조를 받아 개헌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의원의 경우, 5선 이상, 참의원의 경우, 3선 이상의 정치 경력이 있음에도 각료 경험이 없는 이른바 '입각 대기조'가 자민당 내에 7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다수에게 기회를 주는 선심 쓰기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도 각료로 임명되지 못한 고참 의원들에게 전화해 "대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임기 중에 한 번 더 개각할 테니 그때 입각시키겠다"고 달랬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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