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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월급 수준 범칙금?…인도 교통법규 강화 논란

서민 월급 수준 범칙금?…인도 교통법규 강화 논란
▲ 헬멧 미착용 운전자를 단속하는 인도 뉴델리 경찰

"교통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해마다 15만 명이 교통사고로 숨진다는 점이 걱정되지 않나."(니틴 가드카리 인도 교통부 장관)

"서민이 한 달 치 월급을 범칙금으로 내게 되면 그 가족은 굶어야 한다."(마하라슈트라주 주정부 관계자)

인도 연방정부가 무질서한 것으로 악명높은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범칙금을 최대 10배 가량 올리면서 현지에 찬반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오늘(12일) 힌두스탄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자동차법 개정을 통해 각종 범칙금과 벌금을 대폭 인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헬멧 미착용의 경우 범칙금은 기존 100루피, 약 1,670원이었지만 1천 루피, 약 1만 6,700원으로 10배나 뛰었습니다.

음주 운전 벌금도 2천 루피, 약 3만 3천 원에서 1만 루피, 약 16만 7천 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이 밖에도 과적, 과속, 교통신호 위반, 구급차 진로 방해 등 여러 항목의 범칙금이 역시 최대 10배 올랐습니다.

인도 정부는 새 제도 도입과 함께 단속도 대대적으로 강화했습니다.

와중에 여러 항목을 동시에 위반해 큰돈을 한 번에 내야 하는 운전자가 속출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이는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의 트럭 운전사로 한 번에 14만 1,600루피, 약 236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됐습니다.

톤(t) 단위로 과적 범칙금이 매겨진 데다 등록증 등 서류 관련 범칙금이 추가됐습니다.

지난 2016년 세계은행 통계 기준 인도 개인 연평균 소득이 1,670달러, 약 20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현지 웬만한 근로자의 연봉보다 큰 규모입니다.

이 밖에도 스쿠터를 타고 가다가 법규 위반으로 2만 3천 루피, 약 38만 원을 낸 운전자 등 고액 범칙금 납부자의 예가 연일 현지 매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마하라슈트라주의 주정부 관계자는 "1만∼2만 루피는 택시 운전사 등 서민에게는 한 달 치 월급 규모"라며 "갑자기 그런 범칙금을 물게 되면 해당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구자라트 등 일부 주 정부는 자체 규정을 도입해 범칙금 규모를 크게 줄이겠다고 나섰습니다.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벵골주 주총리는 "개정된 자동차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연방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바네르지 주총리는 "이 법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범칙금을 올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도 도입에 앞장선 니틴 가드카리 장관의 태도는 단호했습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세수 증대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 도입을 거부하는 주에 돈이 사람보다 더 중요하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는 전반적으로 도로 사정이 열악한 데다 운전이 과격하고 교통법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해마다 15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실제로 수도 뉴델리 시내에서는 역주행하는 차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진출입로를 지나친 차량이 그 자리에서 곧바로 후진해 원하던 길을 찾아가는 일도 흔합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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