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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이 명절 선물이죠"…한가위 연휴도 잊은 사람들

"보람이 명절 선물이죠"…한가위 연휴도 잊은 사람들
"명절 때 늘 출근하다 보니 이젠 가족들도 이해해줍니다. 제 근무로 다른 분들이 편안하게 연휴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코레일 대전 본사 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54살 조우현 선임관제사는 올해 추석 나흘 연휴 중 사흘을 출근합니다.

15년째 관제사로 일하는 그에게 명절 귀성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종합상황실에는 관제사를 포함해 차량 기술지원팀, 여객상황팀 등 100여 명의 직원들이 3조 2교대로 분주히 움직입니다.

조 관제사의 임무는 상황실 전광판에 펼쳐진 전국 모든 열차의 정상 운행 여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사고나 고장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열차 기관사와 연락해 신속하게 대응조치를 합니다.

남들이 풍성한 명절 상 앞에 모여 가족의 정을 나눌 때 그는 구내식당이나 대전역 근처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서둘러 상황실로 발길을 옮깁니다.

조 관제사는 "저와 동료들이 전국의 열차 운행상황을 빈틈없이 챙겨 편안한 귀성·귀경길을 만드는 데서 보람을 찾는다"며 "올해도 열차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근무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원활한 하늘길을 담당하는 항공관제사도 명절 연휴가 더 바쁩니다.

제주공항에 근무하는 40살 조영직 항공관제사 탑장은 "쉴새 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면 저도 고향인 대구에 가고 싶지만 안전한 하늘길을 열어 놓는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항공관제사에게 명절 연휴는 말 그대로 전쟁이나 다름 없습니다.

평소보다 교통량이 5∼10% 늘어나면서 더 많은 근무자가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추석 연휴에는 제주공항 관제사 20명이 주간 7명(오전 9시∼오후 6시), 야간 4명(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씩 교대로 근무합니다.

조 탑장은 "연휴에 구내식당도 문을 닫아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거나 귀성객들로 북적대는 여객터미널에서 급하게 식사할 때 명절임을 실감한다"며 "이번 추석에도 빈틈없이 제주의 관문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배의 항로를 알려주는 등대를 지키는 항로표지관리원(등대지기)들도 명절에 마음만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들입니다.

올해로 116년째 인천 앞바다를 밝히고 있는 팔미도 등대에도 3명의 등대지기 중 2명이 추석 연휴 내내 근무합니다.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15.7㎞ 떨어진 팔미도 정상에 있는 팔미도등대는 1903년 6월 1일 첫 불을 밝힌 국내 최초의 근대식 등대입니다.

총 2,7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유·무인 등대의 맏형인 셈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등대지기가 하던 일 가운데 일부는 무선으로 가능해지기도 했지만 등대지기의 임무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칠흑 같은 밤바다를 비추는 등명기가 잘 작동하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날벌레와 같은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안개가 끼거나 눈·비로 시야가 흐려지면 무선신호기를 작동시켜 등대가 음파표지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16년째 등대지기를 하며 인천의 4개 유인등대 근무를 모두 경험한 48살 김성용 팔미도 항로표지관리소장은 "가족과 명절을 함께 보내지는 못하지만 인천항에 드나드는 수많은 선박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보람과 사명감으로 등대를 지킨다"고 강조했습니다.

교대근무가 일상화한 소방대원과 간호사도 연휴와 인연이 없습니다.

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 소속 35살 백명무 소방교는 올해 추석에도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합니다.

추석 전날인 12일과 추석 다음 날인 14일 모두 야간 근무여서 충북 제천에 계신 부모님 댁에 갈 수 없습니다.

추석처럼 연휴가 되면 119구조대 출동은 평소보다 배가량 늘어납니다.

성묘객 벌 쏘임 사고나 발목 부상, 교통사고 신고가 잦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다퉈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백 소방교는 "저 대신 시민들이 가족과 편안한 추석을 보낼 수 있다는 보람이 제게는 명절 선물"이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암 치료 전문병원인 화순전남대병원에 근무하는 38살 안영미 간호사는 이번 추석 연휴에 이틀 쉬고 이틀을 일합니다.

12년차 간호사인 안 씨는 암 수술을 돕거나 병동의 환자들을 돌보느라 잠시 앉아 숨돌릴 틈도 없습니다.

안 간호사는 "고된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로 또 다른 역할이 기다리고 있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이 건네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들 고향을 찾는 명절에도 병마와 힘겹게 싸우는 환자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는 모든 간호사가 따뜻한 한가위를 맞으시면 좋겠다"고 소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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