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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지방선거서 여당 16개 지역수장 '싹쓸이'…모스크바선 고전

지난 주말 치러진 러시아 지방 선거에서 집권당인 '통합 러시아당'이 대다수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9일(현지시간) 잠정 개표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2021년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선 통합 러시아당이 예년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였으며, 극동 하바롭스크 시의회 선거에선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는 등'반기'의 모습도 보였다.

러시아 선거 당국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전체 45개 의석 가운데 26석을 차지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밖에 최대 야당인 공산당 후보가 13석, 자유주의 성향의 '야블로코'당 후보가 3석, 중도 좌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 후보가 3석을 각각 차지했다.

당선된 무소속 후보 26명은 모두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통합 러시아당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으며, 자당 소속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집권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 하락을 고려한 선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26석은 통합 러시아당이 이전 시의회에서 차지했던 38석에 비해 크게 준 의석이다.

이전 의회에서 5석을 차지했던 공산당은 8석을 늘리며 약진했다.

선거에 앞서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여당의 시의회 장악을 막기 위해 친(親)크렘린계 후보가 아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어떤 당 후보들에게나 투표하라고 호소하는 전략을 폈다.

자신과 가까운 야권 후보들이 대거 등록이 거부된 데 따른 차선책이었다.

이날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나발니는 자신의 트위터에 "현명한 투표의 환상적인 결과다. 우리는 이를 위해 함께 싸웠다. 모두의 공헌에 감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극동 하바롭스크시에선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인 '자유민주당'이 시의회 선거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면서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에 패배를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지사와 연방시(市) 시장 등을 선출하는 16개 지역 수장 선거에선 여당 후보들이 모두 50%대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싹쓸이'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극동 자바이칼주 주지사 선거에 여당 후보로 입후보한 알렉산드르 오시포프 주지사 대행은 무려 89%의 압도적 득표율을 과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선거에선 푸틴의 오랜 동지인 알렉산드르 베글로프 시장 대행이 98% 이상 개표 상황에서 64.4%의 득표율로 단독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현지 야권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 매수, 투표용지 불법 투입 등의 부정이 있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러시아 지방 선거는 서방의 대러 제재 지속에 따른 경제난과 지난해 연금법 개혁으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실시됐다.

이 때문에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공천 후보들이 반정부 분위기가 고조된 일부 지역에서 고전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모스크바에선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난 7월 말부터 매 주말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야권의 대규모 시위가 연이어 벌어졌다.

선거 당국이 지지자 서명을 담은 구비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정부 성향 후보들의 등록을 거부하자 야권 지지자들이 이에 반발해 매주 토요일마다 가두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국이 2시간만 허가한 지난 7월 말 시위에는 무려 2만2천여명(경찰 추산 1만2천명)이 모여 8년 만의 최대 규모 시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스크바의 반정부 여론이 전국적 지방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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