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③ '음주운전 사고' 전국 1위 동네는?

대한민국 '음주 살인' 보고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9.14 09:05 수정 2019.09.15 09: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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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③ 음주운전 사고 전국 1위 동네는?
고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제1 윤창호 법>,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더 낮게 조정한 <제2 윤창호 법>이 마련돼 잇따라 시행됐다. 이렇게 법을 정비했으니 음주운전은 이제 근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를 집중 분석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음주운전 사고 자료와, 최근 5년간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단속 자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내용을 살펴봤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사실상 '음주 살인'이라고 보고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번 기사가 앞으로 음주운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② '음주운전 적발' 전국 1위 경찰서는?
③ '음주운전 사고' 전국 1위 동네는?
④ "별 문제 없어서 음주운전 한다"는 그들

● "강남보다 많다"... 전국 음주사고 1위는 '정왕동'!

<대한민국 '음주 살인' 보고서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기사에서 보도했듯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30만 3,38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사고는 7,769건, 사망자 수는 8,355명이다.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가 많은 지역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 읍면동 단위로 사고 건수를 분석했다.
[마부작침]음주운전전국 3,400여 개 읍면동(동은 법정동 기준)에서 1위는, 12년 합계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이었다. 28건의 사고가 발생해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이 23건,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이 20건으로 뒤를 이었다.

음주운전 사고 전체에서도 정왕동이 1위였다. 12년 합계 1,958건, 1년에 163건 꼴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1,122건)과 논현동(1,075건)으로, 정왕동 사고 건수가 강남 역삼동이나 논현동의 1.8배 수준이었다. 도대체 정왕동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걸까.

● 공단, 성비, 유흥가, 교통... 정왕동의 '비밀'을 찾아서

"왜 여기서 음주운전 사고가 많이 날까요?" 정왕동을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경찰, 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식당 사장, 공장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인을 만났다. 질문을 받은 이들 대다수가 먼저 떠올린 건 '공단'이었다.
[마부작침]음주운전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황기영 씨는 "시화공단에는 자동차 관련 제조업체가 많고 남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왕동에 자리한 사업체 종사자 성비(2017년 기준)를 분석해봤다. 남성 211 대 여성 100. 즉, 남성이 여성의 2.1배, 전체 종사자에서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 사업체 종사자의 평균 성비 132 대 100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 때문인지 정왕동 주민들의 성비 또한 120 대 100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국 남녀 성비는 남 99.6 대 여 100으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약간 많다. 어떤 기준에서든 정왕동의 남성 비율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기준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의 89.4%는 남성이다.

정왕동엔 외국인이 많다. 2017년 12월 기준 정왕동 인구는 16만 1,720명인데 이 중 4만 1,806명이 외국 국적이다. 주민 4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외국인과 음주운전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최영남 경기 시흥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외국인이 음주운전하기도 하고, 음주 사고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서 단속과 함께 외국인을 상대로 홍보와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다는 건 정왕동의 또 다른 특징이다.

● 음주 잦은 환경, 편의성 떨어지는 교통
[마부작침]음주운전고된 노동은 술을 부르기도 한다. 정왕동 주민들은 공단 노동자들의 회식 문화를 음주운전이 잦은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택시 운전을 하는 주민 정용호 씨는 "공단 노동자들이 퇴근한 뒤 음주 회식하는 문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왕동엔 2017년 기준 사업체가 1만 8,826개 있는데 제조업이 33.9%(6,388개)로 가장 비중이 크지만, 숙박 및 음식점업도 15.0%(2,832개)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왕동 한복판에서 현장 치안을 담당하는 최기영 시흥경찰서 정왕지구대장은 "공단 배후에 조성된 유흥가 근처가 음주 취약 지역이자 사망사고 다발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정왕동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정왕대로 옆으로 크게 4개의 상업지역이 형성돼 있다. 정왕대로에서만 지난 12년 간 발생한 음주 사망사고가 7건, 사망자는 9명이다.

외지인들도 있다. 조개구이 전문 식당이나 횟집 등이 성업 중인 오이도 해양단지에는 관광객들도 자주 방문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황후연 씨는 "오이도에 주로 오는 건 다른 지역 사람들"이라면서 "서울이나 인천, 경기 고양시 쪽에서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힘든 공장 일을 마치고 또는 모처럼 놀러 와 술 마시는 건 자연스럽다. 운전대를 잡으니까 문제다. 정왕동에서는 대중교통 혹은 대리운전을 이용하기 불편한 걸까.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의 시종착역인 오이도역과 그다음 역인 정왕역이 모두 정왕동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공단 지대와 오이도 해양단지가 있는 남서쪽과는 다소 떨어진 위치다. 대리운전기사들이 접근하기에도 상대적으로 편리하지 않다. 정왕동에 사는 택시기사 김병영 씨는 "공단 쪽은 대중교통이 낙후된 편이라 사람들이 자기 차를 많이 이용한다"라고 전했다.

2017년 교통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운전 횟수와 대리운전 이용 편의성은 상관 관계가 있다. 오이도 해양단지에서 15년 넘게 일했다는 한 대리운전기사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대리운전 호출하면 보통 30분은 기다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최기영 정왕지구대장은 "정왕동에서 술 마신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인천이나 부천, 안산 등으로 가려고 하면 대리비용이 적지 않다"며 음주운전자들이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 음주사망사고 다발지역: 정왕동과 비슷!
[마부작침]음주운전음주운전 사망사고가 많은 다른 동네도 비슷할까? <마부작침>의 답은 "비슷하다"이다. 12년 합계 음주 사망사고 다발 읍면동 1위부터 10위까지를 비교 분석했다. 1위인 정왕동에서 나타난 지역 특성 상당수가 10위 이내 동네에서도 확인됐다.

우선 '공단'. 동네 10곳 중에 8곳은 지역 안에 공업단지가 있었다. 경남 김해시 장유면과 충남 홍성군 홍성읍 2곳은 바로 옆에 공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동네 10곳의 사업체 업종 비율 또한 제조업이 두드러진다. 사업체 수 기준으로 4곳에서 제조업 비율이 가장 높았고 종사자 수 기준으로는 9곳에 제조업 종사자가 최다였다.
[마부작침]음주운전
10곳 중 8곳에서 남성 주민이 더 많았다. 사업체 종사자의 성비가, 정왕동과 마찬가지로 전국 평균 남성 132 대 여성 100에 비해 크게 차이 났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은 남 505 대 여 100, 전북 완주군 봉동읍은 남 379 대 여 100, 경기 평택시 포승읍은 남 326 대 여 100으로 나타났다. 거주 외국인 비율도 10곳 모두 전국 평균(2017년 기준 3.62%)에 비해 높아서 정왕동 25.9%, 경기 평택시 포승읍 18.3%, 경북 경산시 진량읍 10.0% 등이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개인적인 특성이 미친 영향이 크지만 지역적인 특성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면서 "사고 자체에 대한 분석과 지역적 특성 분석을 가미해 경찰 단속 방향이나 교육·홍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좀더갈자] 음주운전 사고 많은 시군구 특성은?

<마부작침>은 시군구 단위로 확대해 음주운전 사고 발생과 지역 특성을 살펴봤다.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전국 음주운전 교통사고 지도'를 만들고 음주운전 사고 데이터와 각종 사회적 지표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각 사회적 지표는 인구 통계, 사회경제 통계, 공간 통계 등으로 변수로 나눠서 구조화했다. 음주운전 사고와의 연관성은, 한 변수가 다른 변수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지 분석할 때 이용하는 상관 관계 분석으로 따져봤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부작침]음주운전인구 통계 데이터는 음주운전 사고 건수와 강한 상관성을 보였다. 시군구별 인구와 음주운전 상관계수는 0.47(남성 인구 0.46, 여성 인구 0.45)로 분석됐고 등록 외국인 인구는 상관계수가 0.52로 나타났다. 송수연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이 결과에 대해 "인구가 많은 지역은 차량 통행량이나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음주율(0.43), 스트레스 인지율(0.33)도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사회경제 통계에서는 산업별 업체 중에서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이하 개인 서비스업) 업체 수와 음주사고 건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0.33으로 보통 수준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숙박 및 음식점업'(0.28)과 '운수 및 창고업'(0.25)이 뒤를 이었다. 산업별 종사자 수에서는 '숙박 및 음식점업'의 상관계수가 0.50으로 가장 높았고 개인 서비스업(0.49), 교육 서비스업(0.46), 도매 및 소매업(0.45)도 0.40 이상의 상관계수로 나타났다. 업체 수보다는 종사자 수가 음주사고 건수와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 지역별 재정자립도의 상관계수는 0.43이었다.

공간 통계와는 상대적으로 상관성이 낮게 나타났다. 시군구별 상업지역 면적비율의 상관계수는 -0.01로 거의 상관성이 없었고, 공업지역 면적비율은 0.10으로 아주 약한 양의 상관관계였다.

송수연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요소가 있어서 인과 관계를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지역적 특성 파악이 의미는 있지만 연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음주운전을 유발하는 지역 특성을 찾아도 그걸 단기간에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정책 대응의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장유선 브랜드디자이너
이유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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