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다양한 홍콩 시민들을 보고 만났습니다. 아이를 등에 업고 집회에 나온 가족과 젊은이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는 노인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우산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의 주역이었던 조슈아 웡, 홍콩 민주파 국회의원들. 물론 가장 많이 만난 시민들은 송환법 시위를 자발적으로 이끌고 있는 10~2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조슈아 웡은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아홉 달 전에 태어난 '반환둥이'입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17살 학생 신분으로 우산혁명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그는 앞서 15살이던 2012년 홍콩 의무교육에 애국심을 고취하는 과목을 넣겠다는 '국민교육 계획'에 반대하는 운동에도 선봉에 나섰습니다.
진위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이 폭력행위에 가담하는 것은 우려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서게 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생깁니다. 단순한 10대의 호기심이나 반항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홍콩 학교의 신학기 시작이자 개학일인 지난 2일 학생들의 동맹휴업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그날 수업을 거부하거나 일찍 학교가 끝난 중고등학생들은 홍콩 도심 센트럴의 에든버러 광장에 모였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집회나 시위 현장에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고 위험도 있지 않냐는 말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TV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위 현장에 직접 나와보면 학생들이 왜 시위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저도 동갑내기 친구처럼 붙잡힐 수 있으니 겁이 나죠. 하지만 엄청 두렵지는 않습니다."
● "나의 미래를 위해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나온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제가 아는 홍콩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홍콩 사회의 미래 기둥으로서 나와서 싸우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돈을 벌어야 하고 생업이 있어서 시위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학생들은 부담이 덜합니다. 저는 저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자유와 권리를 위해 나왔습니다."
여러 명을 인터뷰하면서 어린 학생들이 홍콩 정부와 경찰이 홍콩 시민들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충격은 반중국 정서로 이어지고, 또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송환법 사태가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예견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 어린 학생들의 경험과 정서, 생각은 추후 '홍콩인'의 특성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 6월 15일과 9월 4일
지난 9월 4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송환법 반대 시민들의 5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를 수용한 것입니다. 캐리 람 장관은 또 시위대가 요구하는 경찰 과잉진압 조사도 독립적인 기구는 아니지만 기존 조사 기구에 외부 인사들을 보강해 철저하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발표 전날 캐리 람 장관이 비공개 석상에서 송환법을 추진한 자신을 탓하고, 사퇴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듯한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홍콩과 중국 정부가 무기한 연기가 아닌 철회를 공식 선언하고, 캐리 람 장관의 거취를 결정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중국 정부가 체면을 중시하고,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등 분쟁지역에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고 싶어 하는 만큼 그랬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일찍 철회를 했다면 중국 정부 입장에선 중국 내 다른 도시가 대체할 수 없는 자금 조달 창구이자 무역의 거점인 홍콩이 이처럼 타격을 입지 않고, 자신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직선제 등 민주화 요구까지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홍콩이 국제적인 관심사항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컸겠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