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미 협상 실패 시 '韓日 내 핵무장론 제기 가능성' 거론

하현종 기자 mesonit@sbs.co.kr

작성 2019.09.07 06:34 수정 2019.09.07 11: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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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일(현지시간) 북미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내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대북 실무협상을 이끌어온 비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협상 실패 상황의 위험성을 부각, 북한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한일의 핵무장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중국에 추가적 역할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비건 대표는 이날 모교인 미 미시간대 강연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 중 인상 깊었다는 대목을 소개하며 "키신저 박사는 우리가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 일하고 있으나 이런 노력이 실패하면 이후에는 아시아 지역의 핵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웃 국가를 위협할 능력을 보유한 북한은 50년 넘게 구축된 비확산 국제규범을 깨뜨리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며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핵무기 개발을 위한 과학적 수단과 기술적 능력을 갖고 있는 와중"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아시아국가)은 그런 (핵)무기 보유가 그들의 안보와 국민에게 더 많은 위험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해온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들은 부분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포함된 확장 억지에 대한 신뢰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하지만 그런 (핵)무기가 그들의 영토에서 단지 단거리 탄도미사일 비행 거리에 있다면 얼마나 오래 이런 확신이 지속하겠느냐"라며 "어떤 시점에 한국이나 일본, 여타 아시아 국가 내에서 그들 스스로의 핵 능력을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 지역 국가들이 새롭고 더 위험한 전략적 선택을 검토하도록 압박하는 결과를 피하려면 우리는 동아시아의 동맹과 파트너로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늘 실패에는 결과가 따른다. 나는 국제사회가 이 일에 실패하면 북한이 아시아에서 마지막 핵보유국이 아닐 것이라는 키신저 박사의 말이 맞을까 우려된다"면서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비건 대표가 키신저 전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한일 등 아시아 국가 내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것은 북미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의 위험성을 부각하며 북한에 협상을 압박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 강화를 촉구하는 차원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북한의 강력한 우방이자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중국을 겨냥해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추가적 노력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건 대표는 이날 강연 후 문답에서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언급하며 "어떤 외교정책 전문가나 어떤 국가안보전문가도 이것이 그 지역의 모든 국가가 내리는 전략적 선택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이는 모두의 손해다. 우리는 핵보유국을 더 원치 않는다. 중국도, 러시아도 그렇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대북)정책의 차원에 있어 중국의 역할은 성공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1978년 주한미군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를 냉전 종식에 따라 1991년 철수했으며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