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OO맨' 사라진다…요즘 기업 채용, 대세는?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9.09.03 10:04 수정 2019.09.03 13: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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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3일)도 경제부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이번 주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에 들어가죠?

<기자>

네. 지금 뉴스 보시면서 아침 식탁에서 취업 준비 얘기하고 있는 가족들도 많을 거 같습니다. 취업 준비생들, 그리고 자녀들이 좋은 직장 얻기를 기다리는 부모님들 애타는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한 취업포털이 집계한 공채 달력을 보면 어제 원서접수를 시작한 기업만 무려 57곳입니다.

지금 표에서 보시는 우리나라 10대 기업 절반가량의 주요 계열사들이 앞으로 2주 동안의 서류전형 기간을 확정했고 이 외에도 대체로 이 기간 안에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서 일정을 확정해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좀 빠르죠. 그래서 취업 준비생들은 여기저기 원서 내면서 명절에도 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올해 특징을 좀 보면 작년 하반기에는 가장 큰 기업들이 좀 나서서 고용 규모를 늘린 면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취업 문이 좀 좁아진 편입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기업 186곳에 물어봤는데요, 일단 하반기에 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이 이 중에 80%가 좀 안 됩니다. 작년엔 90%가 넘었거든요, 그리고 뽑겠다는 인원도 4만 3천 명 수준, 역시 좀 줄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 대기업들, 이렇게 공채를 하는 대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뽑겠다, 수시 채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기자>

네. 대기업들의 공채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올 하반기 취업 관문의 큰 특징입니다.

대기업 공채 규모가 작년 하반기에 비해서 11% 넘게 줄고 대신 수시 채용 비중이 전보다 2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지금 예상이 됩니다.

일단 이건 연간 1만 명 안팎을 공개 채용으로 뽑아왔던 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반기부터 아예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만 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이런 경향이 더 가속화할 것 같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공채를 진행하는 SK도 앞으로 단계적으로 공채를 폐지해서 2~3년 안에 현대차처럼 전부 다 그때그때 뽑는 방식으로 가겠다고 지난 7월에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 3곳 중에 2곳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사실 중소기업들은 이미 수시 채용을 많이 하고 있지만, 보통 대기업들의 공채 일정에 맞춰서 취업 준비생들의 시계가 움직이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취직을 준비하는 방식, 상황에도 여러 가지 영향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건가요?

<기자>

일단 기업들의 얘기를 같이 좀 들어보겠습니다.

[김준명/현대기아차 홍보책임 :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나'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할 걸로 봅니다. 기존 정기공채 방식으로는 적시에 적합한 인재 확보에 한계가 있어서 연중 상시공채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유독 대규모 공채를 꽤 오랫동안 유지해 온 편이기는 합니다.

많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회사일수록 평생직장 개념, 이른바 자질이 있는 학생 신분을 막 벗어난 사람들을 대규모로 일단 뽑아놓고 업무를 가르쳐 주고 삼성맨, 현대맨 이런 말들이 자연스러울 만큼 사풍에 맞게 교육을 시켜서 특유의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기업도 그때그때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필요한 만큼만 뽑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느끼고요.

들어가는 사람들도 '나는 어디 맨이다' 이런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기수, 전체 OT 이런 게 일단 희미해지죠.

자연스럽게 연공서열 중심의 체계가 좀 더 빠르게 무너질 것입니다. 요새 웬만한 대기업들이 부장, 차장, 이런 호칭 없애는 것도 수시 채용 확산과 같은 궤도인 것입니다.

더불어서 수시 채용이 고용이나 임금 형태를 변경하는 데도 기업 입장에서는 더 편하죠. 전으로 돌아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싫든 좋든 이 흐름이 대세입니다.

경력의 재고용이나 특성 있게 준비된 사람에게는 더 유리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제 졸업하는 청년들은 경력들과 어떻게 경쟁하고 어디를 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전보다 더 모호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

한꺼번에 원서 몇십 개를 준비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 분위기고요, 그리고 수시 채용이 곧 채용 규모 축소를 뜻하지는 않지만 경기나 상황에 따라서 늘렸다 줄였다 하기 쉬운 것은 확실하죠.

과도기라서 청년들이 불확실성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