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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정 협상 '산넘어 산'…부총리직 놓고 또 파열음

이탈리아 차기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이번에는 부총리 자리를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정한 협상 만료 시한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국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당은 이날 부총리 자리를 놓고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번 갈등은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가 새 연정에서도 부총리 직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내에는 오성운동의 강력한 요구로 주세페 콘테 총리의 유임을 수락한 마당에 부총리직까지 내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안드레아 오를란도 민주당 부대표는 "오성운동에서 총리직을 가져갔다면 부총리직은 민주당이 맡는 게 공정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양당은 콘테 총리가 새 연정에서도 그대로 총리직을 수행하는 문제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협상이 결렬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민주당이 한발 물러나 콘테 총리 유임을 받아들이면서 협상이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이번에는 부총리 자리를 두고 갈등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디 마이오 대표는 "이탈리아 국민을 위해 해결책을 찾기보다 나를 공격하는데 더 신경을 쓰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놀랍다"면서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지 일부 언론은 디 마이오 대표가 부총리와 함께 내심 내무장관직도 욕심을 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내무장관은 치안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이슈의 정책 결정권을 쥔 요직이다.

이탈리아 국민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난민 정책도 총괄한다.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탄 낸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가 이 자리를 맡아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한 바 있다.

부총리직과 더불어 오성운동의 당원 투표 시스템도 협상 진전을 어렵게 하는 난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부패한 기성 정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당원을 중심으로 한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루소'(Rousseau)라고 불리는 당원 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요 정책 수립과 수뇌부 인사 등 핵심 사안에서 전체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오성운동은 민주당과의 연정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루소를 통한 당원 투표를 거쳐야만 이를 공식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절차'라고 반박한다.

민주당 측에선 특히 마타렐라 대통령이 연정 구성을 승인했음에도 오성운동이 당원 투표에서의 부결을 이유로 이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헌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투표자 관리, 표 집계 방식 등이 불투명할뿐더러 해킹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절차적 문제를 떠나 현재 오성운동의 당내 분위기로는 민주당과의 연정이 당원 표결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성운동의 기존 당원들 사이에선 '부패 엘리트 정당의 원조'라고 비난해온 민주당과의 연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여러 난제에도 일단 현재로선 더디게나마 연정 협상이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불발로 조기 총선이 열릴 경우 양측 모두 필패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연정 붕괴 이후 동맹의 상승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33%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23%, 오성운동은 19%로 2∼3위권에 그쳤다.

한편, dpa 통신은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밤 차기 연정의 총리 지명 후보자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합의한 대로 이변이 없는 한 콘테 총리 이름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테 총리는 동맹이 연정 붕괴를 선언한 뒤인 지난 20일 사임을 발표했으나, 마타렐라 대통령이 새 연정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기존 내각을 그대로 이끌어달라고 요청해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총리 지명권을 쥔 마타렐라 대통령이 차기 연정의 책임자로 콘테 총리를 수락한다면 이는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연정을 신뢰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마타렐라 대통령이 애초 이날까지로 못박은 협상 시한을 연장해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콘테 총리 지명을 거부한다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

전날 정치권 연정 협의의 '제2라운드'를 개시한 마타렐라 대통령은 둘째 날인 이날 오후 민주당과 동맹, 오성운동 등 주요 정당 수뇌부를 차례로 면담하고 연정 구성 가능성을 타진한다.

조기 총선이냐, 또 다른 연정이냐에 대한 마타렐라 대통령의 결단은 정치권 연정 협의 마지막 일정인 오성운동과의 만남이 끝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탈리아 금융시장에선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과 스프레드(독일과 이탈리아의 국채 10년물 간 금리차)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새 연정 구성에 대한 기대가 팽배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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