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태풍 밀어내는 북태평양 고기압…제주도엔 '물폭탄'

공항진 기상전문기자 zero@sbs.co.kr

작성 2019.08.28 13: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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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태풍 밀어내는 북태평양 고기압…제주도엔 물폭탄
가을이 코앞인데 날씨는 아직 여름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온이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한 낮에 이어지는 햇볕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구름이 많아서 다행인 것 같지만 자외선이 만만치 않아서 피부 관리에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분들이야 실감하기 어렵지만 남부와 제주도는 이번 주 들어 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남해안과 제주도는 계절이 다시 초여름 장마철로 돌아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벼락이 치면서 요란한 비가 지루하게 이어지곤 하는데요, 제주도는 어제와 오늘 200mm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장마처럼 비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현상은 아닙니다. 계절이 바뀌는 전조현상이라고 할까요? 여름철 한반도를 지배하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서히 남쪽으로 물러가는 사이, 북쪽에서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세력을 키우면서 한반도를 향하고 이 두 공기가 맞서면서 긴 정체전선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두 공기는 힘이 막상막하여서 쉽게 양보를 안 하고, 이 때문에 동서로 긴 비구름대가 한반도 주변에 머물면서 비를 뿌리게 되는데요, 두 힘이 팽팽할수록 먹구름이 발달하면서 많은 비를 쏟곤 합니다. 어제와 오늘 제주도에 내린 물폭탄이 그 결과죠.

예년 같으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잠시 힘을 과시하는 척하다 자연스럽게 물러가곤 했는데 올해는 뒤끝이 강합니다. 제주도 남쪽해상을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세력을 중국 남부까지 서쪽으로 길게 확장하고 있거든요. 2차 장마라고 할 만큼 당분간 비가 자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일단 내일(29일)은 비가 전국으로 확대되겠고, 제주도에는 오늘 밤부터 내일 오전 사이에 또 한 차례 150mm가 넘는 큰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200mm 이상의 비가 내린 뒤여서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제주도 공항의 경우에는 비가 내리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강한 바람에 벼락이 치는 등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주는 기상현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제주공항 이용객들은 미리 운항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뒤늦게 힘을 발휘하면서 태풍은 한반도 부근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동서로 긴 세력권 탓에 태풍이 뚫을 만한 여지를 주지 않고 있어서죠. 이 때문에 12호 태풍 '버들'은 필리핀을 강타한 뒤 중국 남부 해상을 따라 이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중형의 약한 태풍으로 중심부근 최대풍속은 시속 72km가량 되는데요, 뜨거운 바다를 지나면서 내일쯤이면 시속 100km에 가까운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중급 위력의 중형태풍으로 발달하겠습니다.
12호 태풍 '버들' 예상진로
12호 태풍 이름인 '버들'은 북한에서 제출한 것인데요, 태풍 '버들'은 주말(31일) 쯤 베트남 북부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는 태풍과 멀어 영향이 없지만 중국 남부와 베트남에는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됩니다.

태풍을 중국 남부로 밀어낸 북태평양 고기압은 당분간 힘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 부근에 동서로 걸쳐있는 정체전선도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이 때문에 다음 주에도 일요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남부지방에 비가 이어지겠습니다.

다음 주 비 역시 예사롭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먹구름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곳곳에서 시간당 30mm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결실기를 앞둔 농작물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은데요, 일 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