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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한국에 '불확실성의 판' 깐 日, 국제여론 앞에선…

'한국 화이트리스트 베제' 오늘부터 발효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8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오늘부터죠. 일본이 결국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 화이트리스트에서 뺐네요.

<기자>

네, 오늘부터 일본이 우리에게 수출하는 이른바 전략물자들은 모두 원칙적으로는 건건마다 일본정부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합니다.

주요 산업 분야 13가지에 속하는 857개 품목인데요, 지금까지는 다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들과 함께 3년에 한번씩 포괄허가만 받으면 되던 것들입니다.

사실상 사고파는 사람들끼리만 "살게요, 팔게요" 하면 물 흐르듯이 오갔는데, 앞으로는 이중에 뭐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이 13가지 분야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신경 쓰이는 분야는 첨단소재와 전자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산업용 합금이나 섬유, 또 반도체나 배터리 부품들, 그리고 반도체나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계장치 같은 것들이 여기 포함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일본에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중요 품목들은 다 여기 몰려 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 제품의 수입이 얼마나 까다로워지는 건가요?

<기자>

일본이 7월 초에 우리 반도체와 첨단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핵심소재 3가지를 따로 빼서 경제보복을 시작했잖아요. 일본이 이 품목들에 대해 해온 걸 보면 앞으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857개 품목들에 적용할 개별허가를 그 3가지 품목에 대해서 강제한 게 오늘로 정확히 56일째인데요, 그 사이에 그 중에 1가지 품목에 대해서만 딱 2번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가 나왔습니다.

차세대 반도체 만드는 데 쓰이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라는 품목에 대해서만 2번 허가가 나와서 삼성전자가 9개월치를 확보했는데요, 이런 식입니다.

6개월에 한 번씩으로 허가 간격이 짧아지고요. 심사 기간은 반면에 최장 90일로 늘어나서 우리에게 긴요한 핵심소재들을 56일이 지나도록 딱 2번 내주면서 "아 아직 심사기간인데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고요.

90일이 지나고 나서 "이건 허가 못해주겠는데?" 할지도 아직 알 수 없는 겁니다. 사실 857개나 되는 품목을 일일이 이렇게 쥐고 흔들기는 일본도 힘듭니다.

일본에 유리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이중에 뭘 골라서 힘들게 할지, 또 한동안 지나봐야 윤곽이 잡힐 겁니다.

심사 받으라고 해놓고 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품목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면, 그때 좀더 정확하게 드러나겠죠. 불확실성입니다.

또 하나, 일본이 오늘부터 발효하는 새 수출관리령은 한국만 쏙 빼서 별도 지역으로 관리하게 돼 있습니다.

이 얘기는 대대적으로 얘기를 안 하고, 슬그머니 한국에만 별도의 조건이나 단서를 달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다는 겁니다. 이런 변화가 보일지도 주목해 봐야 합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 그동안 대비를 해왔지만,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게 문제잖아요?

<기자>

그게 가장 큰 문제죠. 그런데 한 가지 지금까지 처럼 우리가 화이트국가로 대접을 받을 때처럼 비교적 원활한 수출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하나 열어두긴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이 일본 정부에 따로 등록을 하는 겁니다. 알아서 기업이 수출관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제출해서 접수증을 받습니다.

이걸 ICP 기업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공개된 일본의 ICP 기업은 딱 632곳에 그칩니다. 실제로는 이 2배 이상 될 걸로 보는데 규모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ICP 기업이 되면 일본 정부가 해마다 100개 정도를 골라서 임의로 시찰을 나갑니다.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우리 표현으로 하면 암행시찰 같은 거죠.

우리와 긴밀하게 거래하던 일본 기업들 중에는 앞으로 한국과 지금까지처럼 일하기 위해서 추가로 ICP 등록을 하는 업체들도 나올 텐데, 이런 기업들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혹시 눈에 띄는 어떤 다른 대우를 할지도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일본이 이렇게 우리에게는 이렇게 안갯속 같은 불확실성의 판을 깔아놓고 국제사회에 내놓는 주장은 점점 통일되고 있다는 겁니다.

초기 며칠을 제외하고는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우방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뿐이다. 그냥 수출 관리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데서 어떤 공무원도, 정치인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요.

'화이트리스트'란 용어도 더 이상 쓰지 않습니다. 뭔가 우대하는 것 같은 느낌의 단어조차 법령에서 없애는 겁니다.

국제여론을 향해서 일본이 이런 식의 자기네 방어논리를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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