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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몇 시간 만에 '한일 이견 해소 희망'→'강한 우려와 실망'

美 국방부 몇 시간 만에 '한일 이견 해소 희망'→'강한 우려와 실망'
▲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미국 국방부가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꿔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애초 낸 '한일의 신속한 이견 해소 촉구' 수준의 입장에서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몇 시간 만에 입장 변화가 생긴 배경을 놓고 관측이 분분합니다.

미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오후 1시께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논평은 "한일과 가능한 분야에서 양자·3자의 국방·안보협력 추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국방부가 몇 시간 전 낸 논평과 톤이 상당히 다른 것입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역시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협력하길 권장한다. 양국이 이를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방부가 같은 사안에 대해 두 차례 입장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것도 몇 시간 만에 수위를 꽤 높인 논평을 내놓으면서 미국 당국의 입장 변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미 입장을 냈는데도 구태여 입장을 다시 내놓은 것으로 볼 때 최고위층의 생각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미 국방부는 두 번째 논평을 발표하면서 '업데이트'라고만 제목에 명시했을 뿐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애초 내놓은 입장 역시 국방부 내부의 논의를 거쳐 발표된 입장이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입장 배포 이후 이 정도로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는 식의 의견 제시가 고위급에서 있었을 개연성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그간 한일 갈등 속에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인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거듭 당부해온 점으로 볼 때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과 관련해 좀 더 강력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의 물밑 요청이 있었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먼저 시작하고도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해온 일본은 외교 경로 등을 통해 일본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설득작업을 꾸준히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최근 방한한 미 고위당국자들은 한국 측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방한 직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런 종류의 정보 공유가 계속되도록 권장할 것이다. 이것(지소미아)은 우리에게 핵심"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골자로 입장을 다시 내는 상황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사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를 설명하면서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는데 미 국방부가 다시 낸 입장으로 미뤄보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전에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좀 더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이날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습니다.

'강한 우려와 실망감'이라는 국방부의 입장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사전 협의가 충분치 못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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