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후변화, 수은 섭취량 늘어난다…이유는?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8.22 14: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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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지난해(2018) 12월 발표한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혈중 수은 농도는 1.37㎍/L, 성인의 혈중 수은 농도는 2.75㎍/L로 나타났다. 성인의 혈중 수은 농도가 청소년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것이다(자료: 환경부, 2018).
 
환경부는 중고생과 성인의 혈중 수은 농도 모두 독일 인체모니터링 위원회가 독성학적, 역학적 요인을 고려하여 제시한 권고값(HBM-1)보다 작아 건강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혈중 수은 농도는 미국이나 캐나다, 독일의 성인 혈중 수은 농도와 비교하면 2~3배나 높은 상태다(자료: 질병관리본부, 2018).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우리 몸에 쌓이는 수은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한 미국과 인도, 캐나다 공동연구팀은 최근 기후변화와 남획(overfishing)이 인류의 수은 섭취량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Schartup et al., 2019).
 
연구팀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30년이 넘는 동안 미국 동부에 있는 메인만(the Gulf of Maine)의 생태계 자료와 바닷물과 퇴적물, 각종 어류 등에 축적된 메틸수은 자료를 종합 분석하고 이들 자료를 이용해 생태계 변화와 남획이 생체 내에 쌓이는 메탈수은 농도에 어떤 영향을 미는지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관측 자료와 모델을 이용해 기후변화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이나 남획 같은 환경의 변화가 어류의 체내 메틸수은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산출한 것이다.
 
● 수온 1℃ 상승…대구 수은 농도 32%↑ 돔발상어 수은 농도 70%↑
 
우선 관측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바닷물 온도가 올라갈수록 어류의 메틸수은 농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수은 배출은 감소한 반면 메인만에 서식하는 참다랑어(bluefin tuna)의 메틸수은 농도는 매년 3.5% 이상씩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도 바닷물이 뜨거워질 경우 어류의 수은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메인만 해역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에서 수온이 가장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해역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바닷물의 온도가 2000년도에 비해 1℃ 올라갈 경우 15kg 크기 대구(Cod)의 메틸수은 농도는 32%나 높아지고 5kg 크기 돔발상어(Spiny Dogfish)의 메틸수은 농도는 70%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뜨거워지면 뜨거워질수록 물고기는 헤엄을 치는데 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고 필요한 에너지 섭취를 위해 보다 많은 먹이를 먹게 돼 결국 체내에 수은이 더 많이 축적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연히 느리게 헤엄치고 크기가 작은 어류보다 빠르게 헤엄치고 크기가 큰 어류 일수록 에너지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만큼 먹이도 더 많이 먹게 되고 결과적으로 체내에 수은은 더 많이 쌓이게 된다.
 
● 남획, 수은 농도에 큰 영향
 
남획으로 인한 먹이의 변화도 어류의 메틸수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970년대 대구의 메틸수은 농도는 2000년대 대구의 메틸수은 농도보다 6~20%나 낮았다. 반면에 돔발상어의 메틸수은 농도는 1970년대가 2000년대보다 33~6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0년 동안 두 어류의 수은 농도에 큰 변화가 나타난 원인을 먹이가 변한 데서 찾았다. 실제로 1970년에는 남획으로 청어(herring)가 급격하게 감소했는데 대구는 먹이인 청어가 사라지자 먹이사슬에서 청어 아래에 있는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삼은 반면 돔발상어는 메틸수은 농도가 높은 오징어 같은 두족류를 먹었다는 것이다. 같은 청어를 먹이로 하던 대구와 돔발상어의 먹이가 바뀌면서 돔발상어의 수은 농도는 높아지고 대구의 수은 농도는 낮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남획이 사라지면서 청어가 다시 늘어나자 작은 물고기를 먹던 대구는 먹이 사슬에서 위에 있는 청어를 다시 먹게 되면서 수은 농도가 다시 높아졌고 반면에 돔발상어는 오징어 대신 수은 농도가 낮은 청어를 먹으면서 체내에 쌓이는 메틸수은 농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결국 남획 여부에 따라 먹이 사슬이 변하면서 어류의 메틸수은 농도가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모델을 이용해 바닷물 온도 변화나 수은 배출량 변화, 그리고 남획으로 먹이가 사라질 경우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어류의 수은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산출했다.
 
각 시나리오별 결과를 보면 수온이 1℃ 올라가고 수은 배출이 20% 감소할 경우 대구의 수은 농도는 10% 높아지고 돔발상어의 수은 농도도 2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온이 1℃ 올라가고 남획으로 청어가 사라질 경우 대구의 수은 농도는 10% 낮아지는 반면 돔발상어의 수은 농도는 70%나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바닷물 온도가 일정한 상태에서 수은 배출량이 20% 감소하면 어류의 수온 농도는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환경 변화에 따른 대구와 돔발상어의 메틸수은 농도 변화 (자료: Harvard University)● 기후변화·남획, 수은 섭취 증폭시켜
 
지구촌 인구 가운데 30억 명 정도는 해산물로부터 일정량의 영양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산물을 좋아하는 식습관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은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은은 자연에서도 배출되지만 상당량은 석탄 연소 과정이나 쓰레기 소각, 자동차 매연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서 배출된다. 특히 수은은 형광등과 전지, 농약 등 우리 생활 주변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단 배출된 수은은 대부분 해양에 쌓이게 되는데 해양에 가라앉은 수은은 미생물에 의해서 메틸수은 형태로 전환된다.
 
수은은 생체 내로 들어오면 배출되지 않고 쌓이게 되는데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인 대구나 참다랑어, 황새치 등에 집중적으로 쌓이게 되고 주로 이 같은 해산물 섭취를 통해서 인체 내로 들어오게 된다. 특히 기준치 이상의 수은이 몸에 쌓일 경우 신경 계통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수은 중독으로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후군인 ‘미나마타병’이다.
 
수은 배출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퇴출하자는 국제 협약인 ‘미나마타’ 협약은 2년 전인 2017년 8월 16일 발효됐다. 2019년 8월 23일 현재 전 세계 128개국이 협약에 서명했고 112개 국가가 협약을 비준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2014년 9월 24일 협약에 서명은 했지만 아직 비준은 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와 남획이 인류의 수은 섭취를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미나마타 협약 비준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문헌>
 
* 환경부,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 발표(2018)
* 질병관리본부, 환경과 건강(2018)
* Amina t. Schartup, Colin P. thackray, Asif Qureshi, Clifton Dassuncao, Kyle Gillespie, Alex Hanke & elsie M. Sunderland, Climate change and overfishing increase neurotoxicant in marine predators, Nature, 2019
https://doi.org/10.1038/s41586-019-1468-9